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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가 은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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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호 30면

한국의 베이비 붐 세대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58년 개띠’다. 1955년 시작해 1963년에 끝난 1차 베이비 붐에서 굳이 58년 개띠가 부각되는 이유는 이 세대가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평준화’ 혹은 ‘졸업정원제’ 등의 대대적 변화를 촉발했던데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3저 호황’이라는 역사상 최고의 호경기를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58년 개띠는 숫자도 많고 또 평균적으로 볼 때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한 세대로 볼 수 있다.


올해 ‘58년 개띠’가 58세에 도달했다. 물론 공공기관 중심으로 정년을 연장하고 있기에 올해 모두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주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이미 직장생활을 마감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최대의 인구집단, 그 가운데에서도 핵심이라 할 수 있는 ‘58년 개띠’의 은퇴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각에서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고비로 한국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 시장이 파멸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체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처분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부동산 붕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규모 인구집단의 은퇴에 따른 수요 부진이 경제에 만성적인 불황을 유발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보다 12년이나 빨리 베이비 붐을 경험한 미국의 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 58년 개띠가 있다면, 미국에는 46년 개띠가 베이비 붐 세대의 대표다. 세계 2차 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순차적으로 제대하며 시작된 대대적인 베이비 붐이 1964년까지 이어져, 미국 베이비 붐 세대의 규모는 7400만 명에 이른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여러 변화 중에서도 필자는 경제활동 참가율의 하락에 눈길이 갔다. 여기서 경제활동참가율이란, 전체 15~64세 인구 중에서 취업했거나 혹은 취업의사를 가지고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의미한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기 이전, 미국 경제활동참가율은 60% 후반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60%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바로 복지정책 때문이라는 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건강수명 기준으로 거의 10살 이상 젊지만, 최근 시행된 메디케어 등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근로의욕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지면 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공급 부족이다.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한다고 해서 당장 소비를 멈추는 게 아니니 수요는 완만하게 줄어드는 반면, 이들이 일거에 노동시장에서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임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대졸자 실업률이 2.5%까지 떨어지는 등 미국경제가 사실상 완전고용 상황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에 바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46년 개띠’ 사례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58년 개띠’가 이미 은퇴를 시작했으니 “해보나 마나”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은 ‘58년 개띠’로 대변되는 1차 베이비 붐 세대보다 ‘70년 개띠’로 상징되는 2차 베이비 붐 세대가 더 크다. 다시 말해 아직 ‘골든 타임’은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홍춘욱키움증권 수석 연구위원blog.naver.com/hong8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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