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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내각제 찬성론|"내각제라야 독재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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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각책임제는 절대왕권의 쇠사슬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시민적 자각과 투쟁의 결과 발달해온 역사적 산물이다.
따라서 내각책임제는 대의정치를 바탕으로 한 권력분산 및 상호견제와 함께 집권당을 통한 의회와 내각의 공화관계를 기본원리로 하고있다.
그 첫 번째 특색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각기 분리·독립되어 상호 견제한다는 점이다. 의회의 내각 불 신임권과 내각의 의회 해산권이 그 전형이다.
그러나 동시에 의회의 다수당이 내각을 구성하므로 입법부와 행정부는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협조관계를 유지한다.
또 다른 특징은 행정부가 수상을 정점으로 실질적 권한을 갖는 내각과, 형식적·의례적 권한만 갖는 대통령(또는 군주)의 이원적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국민의 손에 의해 뽑힌 의원으로 정부가 구성되므로 민의의 정책반영이 보다 용이하고 내각은 항상 의회에 책임을 져야하므로 책임정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권이 의회의 다수의석을 기반으로 성립되기 때문에 다수세력의 유지가 가장 큰 정치과제가 된다는 점이다. 다수파가 되기 위한 정치는 일정임기동안은 배타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고 야당이나 여론의 견제에 아랑곳없이 소신껏 정책을 펴나가는 대통령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내각책임제는 항상 다수파유지를 가장 큰 정치목표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다수파가 되기 위한 국민지지를 늘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자연스런 민주체질이 가능해지고 파벌간·정당간에도 늘 연합을 통한 다수파를 이룩하기 위해 화합하고 포용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내각책임제 지지론자들은 이런 특성을 들어 내각제야말로 소리보다는 대동을 기할 수 있는 정부형태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각 당 각파간의 타협과 공존이 쉬워지고1당 또는 1인의 독식·완승추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의 중심이 되는 의회가 항상 내각을 비판·견제하고 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모든 계획·정책이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토의되는 과정이 있게 되므로 행정부의 비밀주의나 독주·독선의 위험성이 없어지며 독재화가 방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의회와 내각이 집권당을 통해 일체성을 갖기 때문에 정책의 신속한 추진이 가능하며 정당정치의 발달이 가속화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제도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인데 우리의 현 시점에서 내각책임제를 선호 지지하는 세력의 논리는 이처럼 권력의 분산과 타협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라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민정당의 이치호·나웅배 의원 등 내각책임제를 지지하는 다수의원들은 의원내각제만이 1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결과적으로 장기집권으로 치달아온 헌정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제도라고 역설한다.
이들은 대통령제에서 직선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선거과정의 카리스마형성과 국민의 결집된 지지를 배경으로 권위주의 화되어 권력을 전단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래왔었으나 효과적인 대응저지장치가 없었다고 지적, 내각제라야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각제에서는 최악의 경우 다수당을 지배하는 수상이 민의와 어긋나는 횡포를 시도하는 경우가 나오더라도 소수당이 이를 강력히 의회에서 비판하고 이를 언론이 공론화 시켜 그 의도를 상당히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음 선거의 의석확보에 즉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제처럼 제동을 걸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또 특정정당이 사람만 바꾸면서 계속 집권하더라도 일본자민당의 경우에서처럼 민주제도가 훌륭히 정착될 수 있다는 강점도 지적한다.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국민을 의식하는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은 정치세력 내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이 집권자로 선출될 가능성이 대통령제보다는 높다는 것이다. 대통령직선제에서는 지도자로서의 자질과는 상관없이 그 시기의 특정한 상황에 따라서는 대중선동가형이 갑작스레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으나 내각책임제에서는 선동형 정치인보다는 동료의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오랜 정치경험을 가진 타협·설득가 형의 노련한 지도자가 수상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현실적 측면에서 정통성시비문제도 내각책임제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주장이다. 대통령직선제의 경우 1백만∼2백만, 또는 수십만의 청중이 몰리는 유세장에서 인천사태에서 드러났듯 과격세력이 조직적 선동과 소요를 일으켜 혼란을 야기하면 선거가 제대로 되겠으며, 이 같은 과격한 선거양상을 거쳐 어느 폭이 이기든 그 순간부터 바로 불복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여당 측은 지적한다. 이런 우려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내각책임제에서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방식의 대통령선거와는 달리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부가 결정되므로 정통성 시비의 소지는 그만큼 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당의 미 발달,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가능성 등을 이유로 하는 내각제의 여건 미숙론에 대해서도 지지론자들은 이제 우리사회의 수준과 자전력으로 보아 별로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있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정당제도가 발달하지 못했다면 그 중요원인은 오랜 대통령중심제 역사 때문이었고 내각제를 택하면 오히려 성장발달을 촉진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의원들이 정당을 옮겨다니거나 매수될 가능성, 그에 따른 부패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혹 그런 현상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지난 우리의 경험만으로 봐도 변절·매수의 대상이라고 지목된 정치인의 정치생명이 어떻게 됐느냐고 반문한다. 또 정치비용이 많이 들것이란 지적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통령이 권위와 정권유지를 위해 쓰는 이른바 통치비용에 비하면 별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내각제가 되면 막강한 대통령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방대한 비용과 기구가 오히려 절약될 수 있다는 논리를 전개한다.
여당 측은 따라서 지연의 격돌과 흑백논쟁으로 국론을 양분화 시킬 우려가 높은 대통령직선제보다는 정치세력간의 타협과 대화정치를 근간으로 지탱될 내각책임제가 초기에 다소의 불안요소를 지니더라도 더 감내할 만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라고 강조한다.
적지 않은 야당 측 의원들도 내심으로는 내각책임제를 지지하는 경향이다. 유한열 의원 중심의 신보수회는 말할 것도 없고 이철승 의원 등 신민당 내에서도 상당수 의원들은 내각책임제 선호 쪽이다.
이들은 당론과 두 김씨의 위세에 눌려서 침묵하고 있지만 지지이유는 여당 측 논리와 맥을 같이하는 경향이다.
여야 통틀어 의원들이 내각책임제를 선호하는 또 다른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아무런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더라』는 한 여당의원의 독백에서 갈 드러난다.
개개 의원들의 권위가 강화되어 지금처럼 권력자나 당의 보스들이 의원들을 좌지우지하는 힘이 약화된다는 매력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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