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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자유인’ 조기성 100m 첫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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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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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동갑내기 조기성(왼쪽)과 이인국이 리우 패럴림픽 수영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기성은 남자 자유형 100m(장애등급 S4)에서 한국 선수단에 리우 패럴림픽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인국은 배영 100m(S14)에서 대회 신기록(59초82)을 세우며 1위를 차지했다. [리우 AP=뉴시스]

다리가 불편한 소년에게 물은 공포였다. 그러나 용기를 낼수록 땅보다는 물이 더 편했다. 물살을 가르며 소년은 세상으로 나왔다.

선천성 뇌성마비로 하반신 마비
초6부터 재활 위해 수영 시작
우람한 상체, 심폐지구력 뛰어나

뇌병변 2급 장애를 가진 조기성(21·부산장애인체육회)이 9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수영장에서 열린 2016 리우 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100m(장애등급 S4)에서 1분23초3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패럴림픽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조기성이 처음이다.

조기성은 레이스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섰다. 50m 지점에선 38초93으로 2위 선수보다 약 1.5m 앞섰다. 압도적인 레이스를 마친 조기성은 “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만 반복했다. 조기성은 “나를 위한 어머니와 누나의 희생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는 빚이다. 나 때문에 누나도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껏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기성의 모친 김선녀(47)씨는 “아들이 수영 대회에서 상을 타면 정말 기뻐했다. 그래서 수영을 시켰다. 힘든 시간을 견뎌낸 기성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는 아들을 보고 어머니는 많이 울었다. 어린 아들에게 두 다리로 서보라며 다그친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건 사랑과 의지만으로 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8년 재활치료를 위해 수영을 시작한 조기성은 이듬해 나간 첫 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다. 2012년 전국장애인체전에서는 3관왕에 올랐다. 두 팔로 물살을 가르며 조기성은 또래 친구들처럼 꿈을 갖기 시작했다. 2014년 인천 패러아시안게임 자유형 200m(S4) 금메달과 100m 은메달을 따낸 그는 지난해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100m·200m 2관왕에 오르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하체를 거의 쓰지 못하는 대신 조기성의 상체는 우람하다. 최대 산소섭취량이 분당 50ml/㎏(비장애인 평균 40~50ml/㎏)일 정도로 심폐지구력도 뛰어나다. 그가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배영 100m(S14)에서는 이인국(21·안산장애인체육회)이 패럴림픽 신기록(59초82)을 작성하면서 금메달을 추가했다. 이인국은 2012년 런던 패럴림픽 대표로 선발됐지만 실격을 당했다. 20분 전에는 경기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인 이인국이 한눈을 판 사이 코칭스태프가 그를 찾지 못했고 소란 끝에 규정보다 3분 늦었다.

이후 이인국의 부모는 아들이 참가하는 모든 국제대회를 따라다니고 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아들의 역영을 곁에서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부모의 헌신으로 이인국은 2014년 인천 패러아시안게임에서 배영 100m 금메달, 자유형 200m와 개인혼영 200m 은메달을 따내며 장애인 수영의 간판 선수로 성장했다.

앞서 김수완(34·경남장애인체육회)은 남자 사격 10m 공기소총 입사 SH1·R1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한국 선수단에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 컴퓨터 수리공이었던 그는 2011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지체 장애인이 됐다. 김수완은 “아들이 곧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장애인 아빠를 뒀다고 놀림을 당할까봐 걱정했다. 이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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