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핵실험] 5차 핵실험에도 전방에선 대남, 대북 방송 계속…유커 안보관광도 평소처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임진각 전망대 [중앙포토]

북한이 9일 오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5차 핵실험을 한 뒤에도 전방 지역에서 남북 간 대남·대북 방송은 평소처럼 계속 이뤄졌다.

이날 중서부 전선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서는 이동 자제 권고 등 비상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접경지역 안보관광지도 모두 평소처럼 운영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은 뉴스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차분하게 일상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서부전선 민통선 관광마을인 경기도 파주시 통일촌에서는 대남·대북 방송이 뒤섞여 계속 들렸다. 한 주민은 “북한 핵실험이 이뤄진 직후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대남 방송은 멀리서 웅얼거리는 듯 들리고, 대북 방송은 가까이서 다소 또렷하게 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남 방송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이 많고, 대북 방송은 음악이 자주 나온다”고 소개했다.

중부전선 민통선 마을인 경기도 연천군 중면 황산리 마을 주민 김학용(62)씨는 “북한 핵 실험이 이뤄진 직후에도 북한 측이 대남 방송을 계속 내보내 '웅얼∼웅얼∼'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며 “우리 측에서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 방송도 오전까지 들렸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북한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평온한 일상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가을 수확을 앞두고 농사에 열중했다.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의 민통선 마을인 해마루촌 주민들도 동요 없이 일상 생활을 이어갔다. 조봉연(59)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어서 주민들은 더이상 놀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남북 관계가 더 긴장되면 민통선 마을의 농촌체험관광이 위축될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파주시 일대 접경지역 안보관광지에서 안보관광도 정상적으로 운영됐다. 임진각∼도라전망대∼제3땅굴 구간 민통선 안보관광 버스투어도 평소처럼 이뤄졌다. 이종춘 파주시 관광진흥센터장은 “오전 9시2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중국인 관광객(유커) 295명을 포함해 모두 1675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안보관광지 버스투어를 이용해 관광했다”고 말했다.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북한과 인접한 서해 5도 지역도 대체로 평온했다. 일부 주민은 TV로 북한의 핵실험 뉴스를 계속 주시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조업통제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해 5도 어장으로 조업에 나선 어선 수는 109척으로 평소와 비슷했다. 대청도 주민 장동철(58)씨는 “어민을 포함해 주민들은 동요 없이 일상을 보냈다”고 말했다.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도 추석 준비 등으로 분주한 가운데 생업을 이어갔다. 동부전선 최북단 마을인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장석권(61) 이장은 “핵실험 소식을 마을 행사 도중에 들었다”며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부 전선 최전방인 철원군 주민들은 벼 수확에 바빴다. 철원군 대마리 주민 최미주(38·여)씨는 “접경지역을 겨냥한 포격도발이 아닌 만큼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며 “주민 대부분이 추석을 앞두고 벼와 고추 등을 수확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강원도 접경지역 안보관광지 역시 평소처럼 모두 정상 운영됐다. 고성군 현내면에 있는 통일전망대에는 이날 300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이 있는 양구 통일관에도 관광객 50여 명이 찾았다.

파주·고성·옹진=전익진·박진호·김민욱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