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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관광 1번지’ 월미도, 겉만 화려하고 속은 슬럼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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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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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월미도는 30~40년 된 건물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정도 된다. 관광객이 찾는 놀이공원 등을 벗어나면 노후 건물이 즐비하다. [월미도=박종근 기자]

인천시 중구 월미도에 사는 한인덕(73·여)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꼭 머리 위를 확인한다. 집이 낡아 가끔 성인 주먹만 한 콘크리트 덩어리 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가 살고 있는 연립주택은 1978년에 건설됐다. 2층, 16가구 규모다. 하지만, 현재 실제로는 10가구 정도만 산다.

건축물 3분의 1, 30~40년 전 세워져
물새고 천장 무너져 위험하고 불편

한씨는 “곳곳에 금이 가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새고 툭하면 머리 위로 콘크리트 덩어리가 떨어지는데 누가 이런 집에서 살려고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천의 ‘관광1번지’인 월미도 주민들이 건축물 노후화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건축물 상당수가 30년 이상 됐지만 고도제한 등 규제로 개발이 번번이 막혀서다.

월미도는 모양이 반달의 꼬리처럼 휘어졌다고 해서 월미도(月尾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의 전초지로 이름을 날렸고 이후 놀이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관광지로 거듭났다. 2001년엔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아오란(傲瀾) 그룹 임직원 4500명이 치맥 파티를 벌여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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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화의 거리’나 놀이시설 일대만 화려해 보일 뿐 실상은 다르다. 번화가에서 한 골목만 들어가도 빈집과 오래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3개 동(2층·18가구)으로 이뤄진 우진연립의 경우 천장이 무너지는 등 위험 문제로 1·2동 건물이 폐쇄돼 현재 8가구만 살고 있다. 2층 옥상에 난간이 없는 주택이나 간판이 없는 상가도 많았다. 중구에 따르면 월미도에 있는 870개 동 건축물 가운데 2000년 이후 세워진 건축물은 23개 동에 불과하다. 180개 동은 1970년대 말에 지어졌다.

지역 경기도 심상찮다. 주말이면 7만~8만 명씩 찾던 관광객 수도 매년 줄고 있다. 연간 300만명 이상이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엔 287만명에 그쳤다. 문을 닫는 상가도 늘고 있다. 월미도 전체 상가 300곳 중 30%가 비어있다.

장관훈 월미도번영회 회장은 “변화가 없으니 한번 온 관광객이 또 찾지 않는 것”이라며 “월미도 건축물의 3분의 1이 30~4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고도제한이라는 장애물 때문에 사업성이 나오질 않아 재건축 업자 등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월미도 개발에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월미도 곳곳을 오가는 월미은하레일이나 케이블카 설치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월미은하레일은 부실시공으로 세금 853억원을 투입하고도 정식 운행도 못한 채 철거됐다. 현재 모노레일로 바꿔 추진하고 있는데 인허가 문제 등으로 개통 시기가 올해 8월에서 내년 3~4월로 미뤄진 상태다.

월미도 이민사박물관과 월미산 정상까지 550m를 잇는 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수익성 문제 등으로 시의회가 올해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주민들이 희망하는 고도제한 완화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 5월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는 월미도의 고도제한을 현재 7∼9층에서 앞으로 최고 16층(지상 50m) 높이까지 건축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하지만 유정복 인천시장의 친형 등과 김홍섭 중구청장이 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특혜 의혹이 일면서 결정고시가 유보됐다.

원성기 월미도발전추진협의회 위원장은 “전체 면적의 2~3%도 되지도 않는 토지의 특혜 의혹 때문에 나머지 주민들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고도제한 완화에 대한 결정 고시 시점이 유보되긴 했지만 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지구단위 계획을 함께 수립해 최종 결정 고시 시점을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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