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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헌법」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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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치고 헐벗은 무리들아, 자유를 숨쉬고 싶거든 내게로 오라/해변에서 북적거리는 비참한 난민들, 폭풍에 시달린 집 없는 사람들아, 내게로 오라/여기 황금의 문 앞에 횃불 높이 쳐들고 나 기다리고있으리니…』
「에머·래저러스」의 시. 19세기말미국에서 명성이 높던 이 시인은 「자유의 여신상」건립위원회의 부탁을 받고 이 헌시를 썼다. 지금도 여신상에 동판으로 남아 있다.
뉴욕 허드슨 강 입구 베들로 섬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 국민들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다. 동상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자유를 찾아,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찾아 유럽에서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은 미국의 관문이기도 한 뉴욕 항구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 이 「자유의 여신」이다.
지금도 미국인들 중엔 『나는 여신상을 볼 때마다 새로운 미국사람이 됩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그것을 자유와 행복의 심벌로 우러러본다.
높이 46m, 여신의 허리둘레 10.7m, 코의 길이 1.22m, 집게손가락의 길이 2.44m. 3㎜두께의 거대한 동판 3백장을 두드려 만든 동상. 이 여신상은 1865년 여름날 저녁 프랑스 파리 교외의 글라티니라는 한 작은 마을에서 착상되었다. 마침 프랑스의 몇몇 정치인들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라불레이」라는 사람이 미국 독립 1백주년 기념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것이 모금운동으로 번져 프랑스인들이 25만 달러, 미국인들이 35만 달러를 거두었다. 조각은 프랑스의 「F·A·바르톨디」의 작품.
왼쪽 손과 팔에 미국 독립선언문 서판을 들고, 한쪽 발로는 노예의 부서진 족쇄를 밟으며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
지금은 세계의 명물이 되어 해마다 세계에서 몰려오는 2백만명의 관광객을 맞고 있다. 그 여신상이 1백년의 세월과 함께 노쇠해 3년 전부터 대보수를 방아야 했다. 「행동의 경영자」「L·아이아코카」 크라이슬러 회장이 앞장서서 2억3천만달러의 공사를 해냈다.
오는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새로운 여신상의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한다.
남의 나라 잔치에 공연히 들뜰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의 여신상」앞에 부끄럼 없는 자유의 나라를 건설한 미국인의 집념과 성실성, 그 상징 앞에서 새로운 자유, 새로운 번영을 다짐하는 활력, 그것이 부러운 것이다.
이 여신상을 착상한 「라불레이」는 민주정치를 실현한 미국 헌법을 찬양하는 프랑스의 헌법학자였다.
우리도 「민주헌법」을 상량하는 날 후손에게 함께 전해줄 모뉴먼트가 하나 있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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