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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대의 지성과 산책] ①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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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이 다 저 마다의 무늬를 수놓아 가는 일이란 점에서 보면 인문학은 세상 모든 일에 연관된다. 인문(人文)이란 말은 사람의 무늬를 의미한다. 그런 인문학이 대학생 취업률 감소 정도로 폄하되어 계산되는 세태이고, 디지털 세상에서 지식인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잊혀진 질문’이 있다. 무엇을 위해 우리는 사는가. ‘지성과 산책’ 첫 순서로 원로 정치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만났다. 정년퇴임 후 정치철학을 새롭게 공부하면서 진보와 보수 진영을 넘나들며 ‘정치 개혁’을 조언하고 있다.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가 세상을 두루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다리 역할을 못하고 뭔가 답답함만을 재생산하는 원인을 살펴보았다. 오늘의 시대정신으로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남북관계의 해빙, 빈부격차의 해소, 관치교육의 해제다.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차세대 리더의 조건이라면서, 현재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크게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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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이후 정치철학을 새롭게 공부하며 한동안 마키아벨리와 막스 베버를 읽었던 최장집 교수는 최근 독일 철학자 헤겔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고 한다. 80년대에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주로 읽었으나, 요즘은 『법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디지털 세상에서 지식인은 점점 왜소해져 가는 것 같다. 인문학의 위기가 곳곳에서 거론된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서 2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지식 강연 프로그램 ‘열린 연단’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느낀 점이 많을 듯하다. 인문학의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인간은 지적, 이성적으로 성찰하고, 감성적으로 지각하는 능력을 가진 생각하는 동물이다. 인문학은 인간 자체에 대한 학문, 반성적 인간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간 존재의 본질적 성격이 변하지 않는 한 인문학이 없어질 수는 없다. ‘인문학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학문의 분화가 많고, 전문화된 시대에도 인문학의 효용은 여전히 존재하나?’ 이런 식의 질문은 가능할지 모른다. 인문학의 ‘사회적 효용’은 약해졌을지 모르지만,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학문의 분화가 어떠하든 인문학의 존재 이유는 약해질 수 없다. 인문학이 약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한국사회의 지적, 교육적, 문화적 풍토의 척박함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요즘 국론 분열이 심각한 수준인데 지식인의 책임이 큰 것 같다.
“지식인이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가적 경향이 강해졌고 이것이 정치권력과 결합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막스 베버가 얘기한 ‘도구적 합리성’과도 연결된다. 진실이랄까, 가치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전문적 기술을 갖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술적 지식의 경향이 많아짐으로써 전통적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나 그런 지식인들이 적어지고 별로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 갈등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국론은 이미 존재하고, 항상 콘센서스를 가져야 한다고 전제하는 국론 분열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주의 사회가 아니라면, 어느 사회든지 갈등이 있고 그것을 민주적 틀에서 해결하는 것이 정치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인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현실을 얘기할 수 있어야하고 그 속에서 대안을 조화시킬 수 있는 이성적 힘이 있어야 한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지식인의 모습이 있어야 한다. 좀 더 높은 수준에서 바라본다면 보수와 진보는 하위 수준에서의 차이다. 그 점에서 보수냐 진보냐 하는 차이는 덜 중요하다. 합리적이라면 서로 만날 수 있다. 보수다 진보다 하는 것은 현실을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고 필요도 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얼마나 보편성을 갖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한국의 교육이나 학문이 이걸 만들어 낼만한 사회적 문화적 역량을 갖지 못해 상당히 한계가 있다. 한국적 조건과 세계적 수준이 결합해서 바람직한 지식인이 나온다. 한국 사회의 조건에서 발생하는 좌와 우의 문제를 안으면서 동시에 초월하는 세계적 보편성을 가져야하는데, 지혜로운 사람,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행복과 평화는 인류의 영원한 소망이다. 교수직 정년퇴임 이후 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행복과 평화를 위한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행복과 평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회적 조건에서 본다면 물질적 불평등, 법의 지배, 갈등을 다루는 정치적 능력이 한 사회의 삶의 질과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에 덧붙여 우리 사회에서 평화는 남북한 대립구조와 연결돼 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문제인가.
“북한 사회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전체주의적이고 폐쇄적이고, 이념적으로 경직돼 있다. 현대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가족지배에 왕조적, 시대착오적 현상을 보이는 이상한 사회라 그야말로 예측불가능하다. 40년대 초 해롤드 라스웰이 폭력을 무기로하는 정치적-군사적 엘리트들로 구성된 체제를 일컬어 ‘요쇄국가’(garrison state)라고 정의한 적이 있다. 그런 체제를 고립시켜 포위하면 더 요새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양쪽이 사회체제를 운영하는 방식이 비슷하면 안 된다. 우리 사회가 북한을 굴복시켜서 통일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분단문제를 다루는 것은 대칭형적(symmetric) 방식이다. 즉 거울 이미지를 놓고 적대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될 때 적대적 상호의존이 된다. 외교를 통해 북한을 고립시키고, 교육을 통해 증오하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정책이냐하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상대가 싫더라도, 끊임없이 증오하게 하는 것은 문제다. 그런 마음의 자세는 건강한 정신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우리가 북한과 정반대로, 더 민주적이고 더 평화적으로 나아가면 북한의 태도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최 교수는 남북한 간의 경쟁은 오래전에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대결구조의 ‘철천지 원수’로 보고 포위망을 강화하고 굴복시키려 하는 것은 무용할 뿐더러 결과도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북아 국제관계의 조건도 중요한 변수다. 북한은 중국과 연결돼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어찌 보면 중국 때문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는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그렇다면 부정적 결과만 가져오는 정책보다는 외교라든가 평화적 방법으로 상호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협력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

북핵 미사일의 위협이 문제 아닌가.
“북한은 생존의 최우선 수단으로 핵무기를 생각하고 있다. 그들에게 존립의 유일한 수단을 없애라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핵무기 문제는 핵무기 대로 다루면서 북한 체제를 안심시키는 뭔가를 우리 쪽에서 병행하면서 핵무기가 무용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필요하다. 우리의 안보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다시 지식인 문제로 돌아가서, 대학이 지식 생산과 유통을 독점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교육 문제는 어떻게 보는가.
“교육부의 관료적 통제를 지적하고 싶다. 민주화 이후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들 가운데 경제 정책이나 대북 정책만큼이나 중요한 영역이 교육 분야인데 의외로 사회적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넓은 의미에서 큰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야지 구체적인 내용까지 교육부가 시달하는 것은 교육을 망치는 것이다. 교육에서 관료적 통제는 문제를 왜곡하는 것이지 해결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
교육부의 관료적 통제가 어떤 것인가.
“경제발전을 위한 산학협동의 틀에서만 대학교육과 학문을 생각하고, 청년을 위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학을 기업 다루듯이 과격하게 구조조정하려고 한다. 자연계와 경제ㆍ경영 분야는 숫자를 늘리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줄이는 방향이다. 이것이 대학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또 학문을 평가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이 교육부 지침에 의해 이뤄지는데 모두 양적 지표다. 단기간 숙제하는 식으로는 좋은 논문이 나올 수 없다. 학자들의 지적 역량을 소진시킨다. 한국 현실에서 필요한 주제를 찾아 공이 많이 드는 문제에 도전할 수도 없다. 정부가 정치적 기준으로 대학 총장 임명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역사를 정신교육 하듯이 가르칠 수는 없다. 경제발전의 양적 측면은 한국이 어디 내어놔도 거의 선진국가 수준인데, 우리의 지적, 학문적 풍토는 여전히 낙후되어 있다. 과거 관치경제 하듯이 교육을 끌고 가선 안 된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미국의 트럼프 현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일본의 우경화 등 세계 강국들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두 나라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주도했는데, 기존의 주류 정당들이 그 부작용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것이 가져오는 정치적, 사회적 반작용이다. 그것이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무슨 뜻인가, 미국 대선부터 짚어 보자.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세계 경제의 발전과 성장을 가져왔다. 중국의 산업화도 사실상 그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부작용 또한 크다. 빈부격차, 고용문제, 청년실업, 사회복지의 약화, 자유무역의 부정적 효과와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현상’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종래 못 보던 정치인 유형이다. 잠시 일시적 현상이라고 봤지만, 계속 유지되며 공화당 후보까지 되었다. 트럼프 현상은 설명되어야할 문제다. 미국의 공화, 민주 두 주류 정당이 점차 차이가 없어지고 가까워졌다. 금융개혁과 고용 문제, 이민 문제 등을 양당 지배체제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자 기존 정당 밖에서 포퓰리즘의 형태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전통 공화당의 노선과 이념은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자율적 시장을 확대하며, 백인 우월과 흑인 배제, 냉전시기 반공산주의를 중심으로 한다. 트럼프의 이념과 노선의 특징은 다른 것들은 공화당의 전통을 대체로 따르지만, 작은 정부, 자유시장, 자유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유무역과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 대원리를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에 직격탄을 날리고, 멕시코 이민 차단을 주장했다. 그러한 방식으로는 미국경제를 다시 부강하게 하고, 백인 노동자를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 백인 노동자 계층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문제는 공화당의 대분열을 몰고왔다."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으로 부터의 탈퇴)는.
“영국의 브렉시트도 트럼프 현상과 거의 비슷하다. 영국 산업구조는 한국과 비슷하다. 대처리즘이 추구했던 것은, 하이테크 고부가가치 산업을 집중지원하며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금융산업과 고기술 지식집약 산업이 영국 경제를 끌고 가면서 빈부격차가 커지고 고학력이 아닌 백인노동자들의 고용기회는 줄어들었다. 전통 백인노당자 계층은 브렉시트의 핵심적인 지지층의 하나였다. 외국 이민이 많아지고 저임금 생산직일자리는 그들에 의해 채워지지만, 영국인 청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아 금융산업 아니면 일자리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는 영국 산업의 이원적 구조와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영국 경제가 나빠진 것은 EU 때문이고, 영국이 경제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 브렉시트 투표의 핵심 이슈였다. 물론 중요한 것은 유럽연합국가들로부터 들어오는 대량 이민은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에 더하여 영국 정체성 문제를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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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는 요즘 매주 금요일 민주주의 시민교육단체인 ‘정치발전소’(서울 동교동)에서 국제 정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과 9월 2일에는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에 대해 토론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일본의 우경화는 어떤가.
“요즘 세계 정세의 변화는 크게 봐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부상과 경제의 상대적 약화에 의한 미국의 세계적 헤게모니가 약화된 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이 점차 커져서 미국과 더불어 ‘세계문제의 공동 운영자’(co-managers)라는 말까지 듣기에 이르렀는데, 세계적 차원에서 힘의 관계가 크게 변한 것에서 국제정치적 현안들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 군사외교정책도 새로 재편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대외 정책이다. 동지나해로 중국이 팽창하면, 일본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혼자 힘으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에는 경제력과 정치적, 군사적 헤게모니에 있어 한계가 크기 때문에 일본이 그 동맹국이 되지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일본이 재무장을 추구하는 데는, 일본 자신의 문제 못지않게 뒤에는 미국이 있다. 한반도와 동지나해역의 힘의 관계는, 냉전시기 힘의 관계의 정렬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 구조에서 한국은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하고, 고립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축이 된 동아시아 관계가 재편되어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국은 북한과 대립하며 일본하고도 사이가 안 좋은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이 모순을 너무나 분명히 표출시키는 이슈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라는 흐름과 우리 국내 상황은 엇박자를 보이는 듯 한데 사드 문제 해결책은 뭐라고 보나.
“사드 배치는 하지 않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면, 너무 빨리 결정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가와 안보에 너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 정부의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사려 깊고, 신중한 내부 심의를 가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중대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왜 존재하나, 이런 것을 하기위한 것이 아닌가? 이를 계기로 대북문제의 대안을 변화된 국제관계라는 좀 더 넓은 틀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 봤으면 한다. 일찍이 18세기 프랑스 정치철학자 몽테스큐는 ‘부드러운 상업’(doux commerce)이라고 말했는데, 남북한 관계를 푸는데 경제관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열쇠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제도적으로는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해서 민주주의 형태를 갖췄지만 내용적으로는 많이 취약하다. 한국 사회의 중심 문제인 대북 문제의 평화지향적 정책, 관치경제를 넘어서는 것과 아울러, 사회경제적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빈부 격차를 줄이는 문제, 교육정책에서 대학과 학문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확대하는 일이 중요하다. 관료가 직접 교육에 개입하고 감독하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데 이슈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해결해야 할 3대 문제다. 이런 문제를 잘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리더가 나왔으면 좋겠다.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서 정책의 차이가 없다면 정권이 교체되어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제3당이 필요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의 약진으로 3당 구조가 형성되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3당 구조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좋은 정책 대안과 비전으로 경쟁하길 바란다. 대선에서도 경쟁이 있었으면 좋겠다. 여당에서도 갈라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양당 지배체제만으로는 발전이 없다고 본다. 여당도 갈라져서, 개혁적 보수와 보수적 보수로 나누어 질 수 있다면 좋다. 안철수 의원은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 주장도 하고, 교육정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현재의 교육정책을 명시적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하고 싶다. 여러 사람이 나와서 경쟁하는 것이 훨씬 활력과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은 어떻게 전망하나.
“전망이 별로 의미가 없다. 변화의 가능성이 너무 많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난 스스로 학자로서 역할을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정치와 지적인 문제에 대해서 우리 사회가 세계화된다고 그럴까, 한국적 문제에 너무 갇혀있지 말고 그걸 좀 넘어서서 세계 문제에 대한 이해를 갖고 한국정치를 세계화하고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

한동안 마키아벨리와 막스 베버를 공부하던 최장집 교수는 최근 독일 철학자 헤겔 책을 다시 본다고 했다. 80년대에도 그는 헤겔을 읽었었다. 당시 헤겔 강독 모임이 좀 유명했는데 김우창, 정문길, 김용옥 교수가 멤버였다. 그때는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읽으며 변증법의 의미를 탐구했었다. 요즘 보는 책은 『법철학』이다. 후발 자본주의 국가였던 독일이 선진 문물을 도입해 자기 것으로 소화해가는 문제를 헤겔은 고민했었다고 하는데, 요즘 최 교수의 화두도 거기에 맞춰있다. 공부는 끝이 없는 것 같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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