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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지킴이 안 둬도 그만…키즈카페 안전사고 1년 새 5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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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5일 오후 서울 산천동의 한 키즈카페. 33㎡ 규모의 카페에서 6~7세가량의 아이 네댓 명이 뛰어놀고 있었다. 엄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이블 옆으로 병풍이 놓여 있어 아이들에게 시선이 닿기 어려운 구조였다. 출입문은 훤히 열려 있었다. 사장 김모(47·여)씨는 “깜빡 다른 곳을 보다 보면 아이들이 멋대로 나가는 일이 있다. 그렇다고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잠가 놓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놀이시설 운영하지만 음식점 분류
안전요원 배치 안 해도 제재 못해
고유업종 지정, 통합관리 받게 해야

키즈카페의 허술한 안전 관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한 키즈카페에서 지난 3일 실종된 문모(5)군이 하루 만에 카페 인근 몽촌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되면서다. 문군의 어머니는 당시 문군을 데리고 키즈카페를 찾았다. 아이들과 섞여 놀고 있던 문군은 어머니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혼자서 카페 밖으로 나갔다. 자폐(발달장애) 증세가 있는 문군을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출입문에는 안전장치도 없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어 호수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군이 숨진 채 발견되자 각종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정문에 누군가 지키고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탄식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미국의 ‘처키치즈’라는 키즈카페 체인점은 출입구가 우리나라 지하철의 보안용 회전문 같은 걸로 막혀 있고, 입장 시 가족들의 팔에 형광펜 도장으로 번호를 찍어주고 같은 번호를 반드시 확인한 뒤 나가게 한다”며 “이런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주부 강모(40·여)씨도 “키즈카페에는 아이들이 혼자 못 나가게 잠금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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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 내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해엔 230건으로, 2014년(45건) 대비 5배(411%)로 늘었다. 아이들을 관리하는 안전요원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자격 미달인 키즈카페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충북 청주의 키즈카페에선 안전요원 역할을 하는 고교생 아르바이트생과 놀던 아동이 1m 높이 놀이기구에서 떨어져 팔이 골절되는 사고가 났다. 서울의 한 키즈카페에서 발생한 사고를 목격했다는 김모(38·여)씨는 “친구 딸이 시설물에 턱을 찧어 이가 부러지고 잇몸이 찢어졌다. 안전요원들이 있었지만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의 정은선(43) 생활안전팀 차장은 “안전요원의 수 확보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대처할 수 있게 매뉴얼 등에 대한 교육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키즈카페들이 안전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테마파크처럼 연간 몇 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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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카페가 별도의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대부분 키즈카페는 ‘일반음식점’이나 ‘기타유원시설업’ 등으로 신고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실시하는 위생점검만 받으면 된다. 유아·아동을 위한 별도의 기준이나 제재가 없다.

트램펄린·미니기차 등 기구가 설치된 경우 지자체로부터 안전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로 검사를 받는 업소는 별로 없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키즈카페가 교육시설인지, 오락시설인지 등에 대한 개념 규정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며 “그게 안 되니까 카페 쪽에서는 부모들이 볼 거라고 생각하고, 부모들은 카페에서 관리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키즈카페를 고유업종으로 등록하게 해 주관 부처에서 통합 관리를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채승기·김나한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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