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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시진핑 기후변화 대응 파리협정 비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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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호 1 면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대립의 날을 세워 온 미·중 정상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3일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국제 협력체제인 파리협정 비준 절차를 끝냈다”고 공동발표했다. 두 정상은 이어 비준 증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함께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기념비적인 파리협정에 동참키로 한 결정은 함께 지구를 지키기로 결의한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글로벌 체제의 출현이란 새로운 이정표를 새겼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미·중 어느 한쪽의 힘만으론 할 수 없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 세계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중국이 이날 동시에 비준함으로써 파리협정의 연내 발효가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7개국이 서명한 파리협정은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의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미·중의 배출량을 합치면 전 세계 배출량의 38%를 차지한다. 미·중의 비준에 앞서 26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나 이들 국가의 배출량 합계는 1%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4일 항저우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하루 앞서 비준한 것은 나머지 회원국들에 대해서도 비준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 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러시아도 올해 중 비준할 계획이며, 이를 G20 회의 기간 중에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임위원회는 이날 오전 파리협정을 공식 비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으로 비준에 필요한 국내 절차를 모두 마쳤다.


파리협정은 지난해 12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됐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와 비교해 지구의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비준한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해 공표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이날 두 정상의 동시 비준 승인은 이임을 4개월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미·중 합작품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미·중 양국은 그동안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기후변화 공동대응과 이란 핵 폐기 협상 타결을 내세워 왔다. 두 정상은 4월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에도 양자회담을 하고 파리협정의 조기 이행에 합의했다. 양국 당국자들은 이날 비준 공동발표를 앞두고 세부사항을 확정짓기 위해 베이징에서 실무작업을 벌여 왔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 앞서 상대방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등 이전 회담 때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회의 성공을 이끌어 내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 미·중 두 대국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G20 회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은 비준서 제출에 이어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차례로 하고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이 넘어 만찬에 들어갔다. 비교적 긴 시간을 할애해 계속된 회담에서는 남중국해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 껄끄러운 문제를 포함한 양국 이슈 전반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오후 10시) 현재까지도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항저우=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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