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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소용돌이 속 한진해운, 후폭풍 막고 구조조정 서둘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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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내 기업의 해상 수출길을 책임져 온 한진해운이 거칠게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에 총 45척의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압류되거나 항만 출입이 금지되면서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다. 억류된 상태의 선박은 컨테이너선 41척과 벌크선 4척으로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98척의 절반에 달한다. 하루 아침에 국적선사 1위 회사가 세계 주요 항만에서 손발이 묶이면서 국가 수출경쟁력이 휘청거리게 됐다.

상황은 심각하다. 한국을 떠난 수출 한국의 선박이 전 세계 주요 항만에 꽁꽁 묶여 있다. 한국 상품을 실은 한진해운 선박은 이달 1일까지 중국 샤먼·상하이·닝보, 스페인 발렌시아, 미국 사바나·롱비치, 캐나다 프린스루퍼트, 싱가포르, 일본 요코하마, 호주 시드니, 독일 함부르크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어렵게 입항해도 하역작업을 거부당해 정박 대기 상태에 있다. 한진해운이 집계한 ‘선박 억류 현황’에 따르면 이들 선박에 실린 화물량은 12만TEU(1TEU는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은 한진해운 화물을 싣지 않기로 하면서 물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여파로 운임이 50%가량 폭등했다. 해양수산부는 ‘해운·항만 물류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수출입화물 비상운송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조기에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면 수출 한국의 맥박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해상 물동량의 43~45%, LG전자는 20%를 한진해운을 통해 운송해 왔다. 더구나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의 종류에 따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진해운 설비가 집중된 부산항에서는 항만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도 현실화된다. 파장은 해외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소매업계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제품을 비축하고 있는 시점이라 미 정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정부는 해운산업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라도 후폭풍 최소화에 만전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