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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조건부 사드 배치론’으로 중·러 달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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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러시아·중국·라오스 순방에 나서면서 “북한 핵 위협이 제거되면 자연스럽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드가 제3국을 목표로 할 이유도 없고, 실익도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일 뿐 위협이 사라지면 얼마든지 철거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는 사드 배치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 측 반발을 의식한 입장 설명으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나타낸 셈이다.

박 대통령이 중·러를 향해 이 같은 ‘조건부 배치론’을 펼치는 것은 적절한 전략이다. 우리가 격렬한 국내외 반대를 무릅쓰고 사드를 들여오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금도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에 매진 중이며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이런 냉엄한 현실 속에서 두 나라가 그저 자신들의 안보에 해가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자위권 차원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것은 자국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미사일에는 눈이 없다. 북핵은 영원히 한·미·일만 겨냥할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나.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뿐 아니라 자신들의 직접적인 안보를 위해서도 북핵은 반드시 사라져야 함을 양국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

다행히 요즘 들어 양국 모두 대북 압박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중국은 최근 자국 내 북한 은행을 폐쇄시켰다. 또 자국 금융기관의 북한 내 지점 신설 및 북한 은행의 중국 내 신규 지점 설치도 금지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십분 활용해 사드에 대한 두 나라의 반대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그래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이 꽃피고 중국 측 조치로 막히고 있는 한·중 간 경제·사회·문화 교류의 숨통이 트인다. 특히 중국과 우리는 지난해 박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망루에 올라 친선을 과시했던 사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살가운 관계를 회복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