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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제·외교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동방경제포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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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다. 한국으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선 경제적 이익이 걸려 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연해주에 한국 자본 이 진출하면 유라시아 로 나가는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 북에 가로막혀 섬처럼 된 한국으로선 미개척 시장이 널려 있는 유라시아로 나가는 길을 열게 된다.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한반도의 28배에 달하는 618만㎢ 면적에 인구는 200만 명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맞닿은 중국 동북3성에 거주하는 1억1000만 명의 중국인이 육로를 통해 계속 연해주로 드나들면서 자칫 이 땅이 러시아의 통제권에서 벗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러시아는 연해주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극동에 22조 루블(약 380조원)을 투자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의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신동방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푸틴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에 유치한 데 이어 2012년 연방정부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하고 지난해 동방경제포럼(EEF)을 창설해 연해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을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과는 쿠릴열도 협상 때문에 껄끄럽고 중국은 과도한 인구가 러시아 땅으로 넘어오는 것을 경계하는 러시아로선 한국이 가장 편안한 파트너다. 이를 위해 지난달 25일 열린 한·러 경제과학기술위원회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러시아는 총길이 22.8㎞의 연해주 순환 고속도로와 자루비노 항만 개발, 식품·조선·의료 분야에 대한 한국 자본의 투자를 요청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이익은 외교적 입지 강화다. 러시아가 경협 파트너로 한국을 선호하면서 박 대통령은 35개 참가국 정상 가운데 주빈이 됐다. 찬밥 신세를 의식한 북한은 참가를 포기했고, 중국은 서열이 낮은 당 간부를 대리 참석시켰다. 미·중·일 삼각구도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교류에 나서는 것만으로 외교적 입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푸틴을 만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같이 연해주 개발이 한국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해주 개발은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는 북한을 밖으로 끌어내는 지렛대로도 가치가 크다.

 한·러 양국이 산업공단을 북한에서 가까운 연해주 자루비노에 건설하면 이곳에 북한 근로자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일하면서 평화와 공존의 제2 개성공단 구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러 대륙세력과 미·일 해양세력의 가교가 되는 반도성의 회복으로 ‘섬나라’에서 벗어나는 해법의 도출이 가능하다. 지난달 연해주를 돌아본 중앙일보 평화 오디세이 참가자들도 정부의 결단과 지원만 있으면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는 면밀한 타당성 분석을 통해 한·러 경협이 국익을 극대화하는 계기로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