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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수능 국어 통합 출제에 어려워져 수험생 혼란…모평 유출 영향이란 분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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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두 달 앞두고 시행한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신(新) 유형 문제가 다수 등장한데다 문항 구성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난 6월 모의평가 국어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유출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산문 영역 늘고 운문 영역 줄어
6문항 통합, 묶음 문제 등 신유형 출제

문제 유형이 바뀌면서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높아졌다. 지문 독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산문 영역 문항 수가 7~8개에서 10개로 늘고 상대적으로 읽는데 시간이 덜 걸리는 운문 영역 문항이 7개에서 5개로 줄어 시간 분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많았다. 또 고전소설 2편과 고전소설 해설 1편을 하나의 지문으로 구성해 6문항을 통합한 신유형 문제(40~45번)가 출제됐다. 그간 단독으로 출제되던 현대소설과 시나리오가 한데 묶인 낯선 문제 유형(21~24번)이 출제되기도 했다. 6월 모의평가에 신 유형으로 출제한 영역별 통합 지문도 다시 나왔다. 9월 모평에 응시한 고3 수험생 김모(18)군은 “새로운 문제 유형이 많았고 독서와 문학 시험 문제 배치 순서마저 달랐다. 생각보다 시간이 모자라 1교시부터 당황했다”고 말했다. 수험생 이모(18)군은 “마지막 지문이 길고 문항수도 많아 더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갑작스런 문제 유형 변경으로 인한 혼란을 토로했다. 모평을 친 한 고3학생은 “6월 모의평가에 이어 9월 모의평가에서도 새로운 유형이 나와 당황스럽다”며 “실제 수능에서도 이런 기조가 이어져 실력 발휘를 못 할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국어 교사는 “올해부터 국어영역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이과(과거 A형) 학생들에 맞춰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문과(과거 B형) 기준으로 맞춰진 것 같다. 시험을 5개월, 2개월 남겨 놓고 문제 유형을 바꾸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입시 전문가는 “교사들 사이에선 ‘국어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제 유형이 크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9월 모의평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는 수능 전 마지막 시험으로 일반적으로 그 해 수능의 문제 유형과 난이도를 예상하는 기준이 된다. 전문가들은 두 번의 모의평가 결과 올해 수능은 국어 영역에서의 변별력이 입시의 당락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 수석대표)는 “올해 수능은 수학과 영어가 쉬울 것으로 보여 국어와 탐구 영역에서 변별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한 교사는 “단순 문제 풀이 위주로 공부하면 문제 유형이 생소하다고 느낄 때 당황할 수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맞춰 공부하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2등급 학생은 고난도 문제에, 3~4등급 학생은 시간 분배에 초점을 맞춰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100분 중 70분간 아는 문제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에 고난도 변별력 문제에 집중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가에서는 6월 모의평가 유출로 인해 국어 영역의 신 유형이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사전 유출한 혐의로 학원 강사와 모의평가 검토위원, 현직 교사를 지난 7월 구속기소했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샘플 분석 결과 국어 만점자가 거의 없는 걸로 나온다. 모의고사 문제유출로 신유형을 많이 출제하면서 결국 유출 피해를 수험생이 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사교육업체 관계자는 “수능을 두 달 남겨놓고 출제 경향을 바꾼데에서 출제에 참여했던 이들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평가원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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