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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후회없이 싸웠다"| 한국-이탈리아 축구경기 있던 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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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환성과 탄성이 범벅>
16강의 벽은 역시 두터웠다. 그러나 잘 싸웠다.
환성과 아쉬움으로 밤을 하얗게 새운 대부분의 시민들은 월드컵에 관한 화제로 아침인사를 나누며 2주간에 걸친 월드컵 열기를 아쉬움속에 떨쳐냈다.

<"지긴해도 멋진 한판">
◇출근길=『실력차는 인정 해야죠. 그러나 수비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역전의 기회도 많았는데….』
택시 운전사 김회성씨(32)는 야간 영업을 하다 차를 세워 놓고 중계를 듣느라 잠을 한숨도 못 잤다며 하품을 하면서도 못내 아쉬운 표정.
회사원 박인찬씨(29)는 깝박 잠이 들었다가 『와』 하는 이웃집 함성에 놀라 깨 후반전부터 보았다』며『한국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고 말했다.

<경비실에 "깨워 달라">
◇주택가=강남·여의도 등 아파트단지는 이른 새벽 축구 중계 시청으로 많은 집에 불이 켜진 불야성.
우리측의 골이 터질 때는 집집마다『와』하는 함성과 박수가 일어 온 시내가 진동하는 진품경.
주택가 식품점·구멍가게는 전날 밤 음료수·과자·마른 안주 등 밤참거리가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만삭으로 끝까지 관전>
◇선수가족=서울 서초동 삼성단지 산 161의 27 최순호 선수의 처가에 와 있던 만삭의 부인 박귀주씨(26) 등 가족들은 후반 17분 최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중거리슛을 터뜨려 한 골을 만회하자 환성을 올리며 기뻐했다.
박씨는『해산 예정일이 3일이나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는 데 대아르헨티나전에서 부진했던 아빠가 한 골을 만회해 줘 아기가 곧 태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잠원동 한신 18차 아파트 336동 404호에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중계를 지켜본 허정무 선수의 부인 최미나씨(31)는『게임 종료 3분을 남기고 아빠가 골을 넣었을 때는 너무나 시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력=이날 새벽 전력 소비량은 10일 새벽보다 36만∼43만kw가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집에서 TV 한대와 형광등 1등을 켠다고 가정할 때 최소한 5백만 가구 이상이 월드컵축구 중계를 지켜본 셈이다.
시간대별로 보면 11일 새벽 3시 전력 사용량은 6백 65만 1천만kw로 10일 새벽 3시보다 36만 1천kw가 많았으며 새벽 4시에는 43만 9천kw, 5시에는 42만 2천kw가 10일 새벽 같은 시간대보다 각각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멀티비젼 설치>
◇주한 이대사관=서울 장충동 1가 대사관저에「심블로티」대사(45·여)등 직원 60여명이 모여 이번 경기를 위해 특별 설치한 60인치 대형 멀티비전 스크린을 통해 관전.
이탈리아가 끝내 이기자 직원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즉석 자축연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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