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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개헌 시험하는 출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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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내 개헌협상의 시발점이 될 제130회 임시국회가 5일 개막됐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지난 총선거이후 개헌문제로 줄곧 대결로만 치달아온 여야관계를 타협적 대화관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개헌특위의 구성이 가장 큰 목표이자 초점이 되고있다.
전두환 대통령은 3일의 이민우 신민당 총재, 4일의 이만섭 국민당 총재와의 잇따른 회담을 통해 야 측이 지금까지 의심해 마지않았던 여권의 개헌의지, 더 나아가 연내 개헌방침을 분명하게 인식시켰다.
전 대통령은 또 개헌방향 및 추진은 국회의 소관사항이라고 말해 대통령의 개헌발의권을 행사할 뜻이 없음을 확고히 했다.
전 대통령은 이어 개헌특위 구성의 선행조건으로 야 측이 내세웠던 구속자 석방에 대해서도 이 국민당 총재와의 회담에서 『법 절차 진행과정에서 개전의 정이 있는 경우에는 단계적으로 석방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비교적 전향적 약속을 했다.
이것은 전 대통령이 이 신민당 총재와의 회담 때 『가급적 관용을 베풀겠다』고 했던 발언에 비해서는 한발 진전된 것이 아닐 수 없다.
법 집행의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 그 이상의 분명한 발언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제약요인도 없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야당 측의 선행조건은 어느 정도 충족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 대통령은 개헌시기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이 신민당 총재와의 회담)는 언명에서 『헌법 개정안이 오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 국민총재와의 회담)이라고 확언해 야당 측이 더 이상 개헌일정을 가지고 머뭇거릴 명분이 없어졌다.
따라서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헌특위를 하루라도 빨리 구성해 개헌공방의 핵심문제인 내용토의에 들어가야 할 절실한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신민당 측도 지난달 29일의 이민우-노태우 회담 및 3일의 청와대 회담을 통해 여권의 진의를 확인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려 일단은 헌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헌에 관한 고위수준의 정지작업과 분명한 일정 확인 등을 전제로 하여 열리는 국회인 만큼 『12대 개원국회이래 지속돼온 대결정치를 타협정치로 물줄기를 바꾸는 국회가 돼야할 것』이라는 이세기 민정당 원내총무의 말처럼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간 대 타협을 향한 출발점이자 시험대가 될 것 같다.
최대 관심사는 헌특 구성이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되느냐는 점이다. 민정당 측은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끝나는 16일까지는 구성해 상위가 시작되는 17일부터는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우고있다. 이 민정당 총무는 이를 위해 공식·비공식 총무절충을 활발히 하는 한편 야 측이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정부측에 대해 구속자의 단계적 석방 실현이 가시화 되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여 측으로 보면 야 측의 헌특 구성 선합의가 구속자 석방의 고리라는 전술이다.
이에 비해 신민당 측 전략은 한층 복잡한 것 같다. 우선 일부나마 구속자 석방이 실현되고, 특위구성도 지난 80년의 국회 헌특 구성비를 예로 들어 여야 동수 여야하며 가칭 민중민주당 소속의원들의 특위 내 야측 배정불가라는 조건을 제시할 것 같다.
신민당 측은 이들을 특위에 넣겠다면 여측 몫으로 배정하라는 주장이다.
민정당 측은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동수에는 응한다는 복안이나 특위에 민중민주당 소속의원의 야측 배정불가라는 신민당 측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절충에 한차례 진통은 불가피할 것 같다.
이 같은 기술적이고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특위가 의외로 회기 끝 무렵에야 가까스로 구성될지 모른다는 일부 우려도 있으나 정기국회 회기 내 개헌안 통과가 여야 공동의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여야가 특위구성을 서두르는 입장인 것도 사실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또 개헌을 기정방침으로 한 여야가 다같이 개헌에 대한 자기논리의 선명한 제시가 있을 것이다.
민정당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협상정국 여건을 촉진시키고 헌특 구성 당위성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하는 동시에 사회 각분야의 민주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민정당의 의지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민정당이 대표연설이나 대정부 질문을 통해 개헌방향을 윤곽이라도 제시할지 주목되고 있다.
민정당은 본회의 질문은 물론 상위에서도 가급적 야측을 자극하는 발언을 삼가고 대 타협을 향한 화합국면 조성에 진력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야 측이 인천사태의 당국 조작론 등을 제기할 경우 철저히 그 허구성을 파헤친다는 자세이지만 야당 측이 이번 국회에서 굳이 인천사태를 큰 쟁점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신민당 측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관철이라는 목표 하에 내각책임제 또는 이원집정부제의 단점을 논리적으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신민당은 이에 따라 종래처럼 발언수위를 높이기보다는 수준 높은 논리로 임하겠다는 태도여서 이번 국회는 모처럼 여야간에 이론대결이 벌어질 상황이다.
신민당은 또 구속자 석방문제, 특히 민통련과 문익환 목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분신자살학생의 속출로까지 이른 학원문제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정치·경제·사회적 비리를 파헤쳐 직선제 개헌의 당위론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신민당은 또 10년간 1백 20억달러의 외화 유출설과 부실기업문제 등을 추궁함으로써 집권층 및 대기업의 비리와 정부 경제정책의 실정을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여야는 국회를 진행시키면서 구속자 석방을 위한 막후접촉을 벌일 예정이다. 구속자 문제가 헌특 협상의 진도를 결정할 것이라는 점에서 막후접촉의 가시적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주목된다.
이처럼 이번 국회는 장외정치의 장내화 실현과 합의개헌을 시험하는 첫 출발점이 된다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관심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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