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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호의 건강 비타민] 골다공증 치료제, 턱뼈 괴사 부를 수도…치과 치료 땐 복용약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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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잇몸병은 ‘국민병’이라고 할 정도로 흔하다. 잇몸에 좋다는 약이나 건강보조제를 찾는 사람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효과가 검증된 잇몸 치료제가 없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에 비해 부작용이 명확한 약은 있다. 일부 골다공증 치료제와 암 치료에 사용하는 신생혈관억제제가 대표적이다.

골다공증 치료엔 파골세포 억제제(성분명 비스포스포네이트·데노수맙) 계열의 약물이 흔히 사용된다. 이 약물을 주사 맞거나 먹은 환자 일부에서 턱뼈가 괴사(악골 괴사증)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원인이 다 밝혀지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력한 이유는 턱뼈의 특징이다. 우리 몸 안에서 뼈를 만드는 조골(造骨)세포와 파괴하는 파골(破骨)세포가 끊임없이 작용한다. 가장 활발한 곳이 턱뼈다. 턱뼈는 치아·치조골·기저골 등 3개 층으로 돼 있다. 치아가 빠진 걸 내버려두면 6개월에서 1년 안에 치조골 흡수 현상이 나타나고 기저골이 감소한다. 골다공증 치료제는 턱뼈의 조골세포와 파골세포의 균형을 깨뜨려 턱뼈를 괴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발표 논문에 따르면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60만 명 중 254명(0.04%)에서 턱뼈 괴사증이 발생했다. 드물지만 한번 발병하면 치료가 까다롭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최모(71·경기도 고양시)씨는 2년 전 치아를 뽑은 자리에 염증이 낫지 않아 2008년부터 6년 동안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골다공증 치료제를 복용했다. 입안에서는 고름이 계속 나왔고 치아를 뽑은 자리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염증 부위를 제거한 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와 협진을 통해 부갑상샘 호르몬 치료를 받고 완치됐다.

괴사한 턱뼈는 수술하거나 부갑상샘 호르몬 치료를 한다. 뼈 형성 단백질을 사용하기도 한다. 턱뼈 괴사증을 치료할 때 가능하다면 기존 약물은 2~4개월가량 복용을 중단한다. 최근엔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금속판을 활용해 고령 환자의 수술 시간을 대폭 단축시킨다. 턱뼈 괴사증은 먹는 약보다 주사제를 사용할 때 발생 위험이 더 크다. 위턱보다 아래턱이 세 배, 틀니 사용 때 두 배 높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70대가 가장 많고 60, 80대가 다음이다. 미국 구강악안면학회 발표 자료(2014년)에 따르면 비스포스포네이트 약물 복용 후 3년까지 턱뼈 괴사증 발병률이 0.05%, 그 이상은 0.2%다.

턱뼈 괴사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약물은 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신생혈관억제제 항암제다. 넥사바·수텐트·아바스틴 등이 있다. 이런 약에 의한 괴사증 발생률은 0.7~1.9%로 알려져 있다. 골다공증 치료제 부작용이 생기면 다른 약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신생혈관억제제는 중단하기 어렵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는 복용 중인 모든 약을 정확하게 치과의사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차인호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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