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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문시인 미발표원고 발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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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작고시인 양명문씨의 미발표원고가 발굴됐다. 9백행(원고지 1백50장 분량) 과3백50행 (50장 분량) 의 장시를 포함한 20여 편의 시, 6백여장의 기행 에세이, 10여편의 기행시, 4백여장의 수상록 등 모두 단행본 3권 분량의 유고가 최근 발견되어 문단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1월21일 73세로 타계한 양시인의 부인 김자림씨 (60 극작가) 는 『그동안 그분이 쓰시던 유품들읕 만질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구체적으로 유작을 정리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며 『지난7일 서울청담동에서 인천시 십정동으로 이사하는 과정에서 짐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고는 대부분 양씨의 유려한 필체로 원고지에 씌어졌으며 수상록 등 일부는 양녀뻘인 전연정씨 (42) 가양씨의 구술을 노트에 옮겨적은 것들로 작품 경향은 평소와 갈이 화려하고 어휘구사가 대담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섬마을 뒤뜰안에/반질반질 타는 듯 윤나는/석류꽃 송이송이 피는데//펄떡거리는/팔월의 푸른 파도를 타고/여인은 수평선을 잡아 흔든다//대양이 쏟아놓은/이 무진장한 황금빛 발 속에/휘말려오는 에메랄드 포옹속에//여인이여 백사장에 조용히 누워 잠시/벽공을 스쳐가는 구름떼를 보시라//인생이란 한송이 황홀한 해바라기/대양의 계절 속에 사탕을 응시하는』(「대양의 계절」 전문)
1940년 처녀시집 『화수원』 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나온 양씨는 이후『송가』 『푸른 전실』 『화성인』 등 6권의 시집과 1권의 시선집을 출간했다.
특히 6 25때 종군작가로 전쟁의 생생한 체험을 표현한 시가 유명하며 30여년을 이대·세종대 국제대 등 대학강단에 서기도 했다.
부인 김씨와의 부부애는 문단뿐만 아니라 양씨가 한때 미술평론가로 활약했던 미술계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굴된 작품 중 장시 등 시의 일부는 발표할 때 붙이려고 했는지 제목이 없었으며 기행에세이는 75년 제4O차 세계펜대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후 4개월에 걸쳐 유럽·캐나다 미국 일본 등 세계일주를 하며 여행중에 쓴 것과 79년 브라질여행, 83년 미국여행 등을 통해 얻어진 것들.
또 12년전부터 죽음직전까지 써 내러간 『날은 날에게 밤은 밤에게』 라는 수상록(동서문학 6윈 호 게재예정)은 하늘 태양 달 주위의 각종 사문에서부터 마지막 인생까지 생존에의 뜨거운 의미를 불어넣고 있다.
양씨의 유작중 이사직전에 발견됐던 『눈물』 『무제』등 시2편과 수상록 3백21장을 읽어봤던 원로시인 박두진씨는 『구성이 치밀하고 소재에 대한 접근에 필도가 있다』 고 높이 평가하며 『그 작품뿐만 아니라 또 많은 유작들이 발굴되었다고 하니 흐뭇하기 짝이 없다』 고 말했다.
부인 김자림씨는 모두 3권에 달하는 유작과 함께 시선집 에세이집 등을 합쳐 앞으로 전집을 펴낼 예정이다.<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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