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업계에 전문경영인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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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중순 대한매일의 사장 자리를 놓고 두 후보가 맞붙었다. 오홍근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60)과 채수삼 그레이프커뮤니케이션즈 회장(59.사진(左))이었다.

'언론인'과 '전문 경영인'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판이했다. 언론계 경력으로만 따지자면 30년(吳)대 0(蔡). 비교가 무의미했다. 그러나 조합원 투표 결과 백중세란 예상을 깨고 蔡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吳후보가 내세운 '언론정체성 강화'보다 蔡후보의 '경영 마인드'가 더 매력적이었던 모양이다. 현대가(家)에서 잔뼈가 굵은 蔡사장은 지난해 '부자되세요'란 카피를 유행시킨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를 이변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또 일어났다. 경향신문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조용상 삼성증권 고문(사진(右))을 신임 사장에 선임했다.

그 역시 삼성물산 이사, 삼성생명보험 부사장, 삼성투자신탁증권 사장 등을 거친 전문 경영인이다. 경향신문이 한화그룹에서 독립한 이래 기자 경험이 없는 CEO가 사장에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대한매일, 그리고 경향신문의 사례는 신문업계에 일고 있는 새로운 조류를 보여준다. 그동안 전국지 사장들은 창업주나 2세, 언론인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2001년 3월 취임한 문화일보 김정국 사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문 경영인은 찾기 힘들었다. 동아일보가 교수와 고위 관료를 지낸 오명씨와 김학준씨를 영입했지만, 전형적 의미의 CEO는 아니다.

한국경제.문화일보.메트로 등의 사장을 지낸 이규행 데일리 포커스 사장도 신문사 전문 경영인으로 유명하지만 기자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에 청춘을 바친 경영 전문가들이 신문사 사장 자리에 속속 앉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래도 신문업계에 불어닥친 경영난이다. 심화하고 있는 경영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 등 특단의 경영기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경향신문의 한 고위 관계자는 23일 "광고의 격감 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을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다"며 "경영에 관한 한 신문사 역시 기업체질로 변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5년 이내에 신문업계에 급속히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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