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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민 삶의 질 높일 철도 확충 멈춰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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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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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조용한 교통혁명이 시작된 것은 2004년4월 고속철도가 개통하면서다. KTX 운행 이후 많은 지역에서 수준 높은 양질의 철도서비스를 위한 투자 확대 요구가 커졌다. 고속철도가 국민 삶의 질을 높여주는 동시에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수도권의 경우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GTX와 같은 급행철도 서비스가 없다. 광역통행의 승용차 이용 비율은 43%로 15% 내외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친환경적 대중교통수단인 철도가 제 몫을 다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도로 교통의 극심한 혼잡으로 국민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국가의 재정 상태로는 많은 지역에서 요구하는 철도 투자를 적기에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성장 추이에 따른 세수 부족의 전망과 더불어 복지부문 소요예산의 증가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재정투자 여력이 제약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19년까지 교통SOC에 대한 투자는 연평균 6.2%씩 감소해 2015년 7.4조원에서 2019년 5.7조원으로 크게 줄 전망이다.

그렇다고 철도 확충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지난 7월에 발표된 ‘민자철도사업 활성화방안’은 그 대안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수도권 GTX 철도사업이나 김천∼거제 고속화철도 등 그동안 숙원 사업으로 기대하고 있는 전국의 많은 지역들에게는 사업이 조기에 추진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겠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전면적인 철도민영화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일정기간 민간이 운영한 후 국가에 귀속하는 민자방식은 정부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철도시설을 민간에 매각하는 전면적인 민영화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요금 인상과 안전성 소홀의 가능성을 제기하는 지적도 기존 민자철도 사례에서 보면 지나친 우려로 보인다. 사실 그간의 민자사업들은 이미 폐지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로 인한 폐해가 많았다. 이번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은 과거의 민자사업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진화된 민자방식이어야 한다. 단순히 운임으로만 건설 투자비를 회수하는 기존의 민자유형과는 달리 대대적인 역세권 개발과 같은 부대사업 활성화 방안을 포함해서 민간부문의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철도 서비스의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재정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국가 철도 사업들을 위축시키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저성장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민간의 활발한 대규모 투자는 국가 경제에 활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민자 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은 어려운 재정을 감안할 때 국가 발전과 사회의 공익을 위한 합리적인 처방의 하나라고 본다.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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