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새 정부 들어 첫 양안 회담 열렸으나 시위에 ‘곤혹’

중앙일보

입력

대만의 반(反)중국 시위대가 23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상하이-타이베이 포럼에 참석한 중국 대표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시위대는 이날 포럼이 열린 리젠트 호텔 앞에서 중국 측 단장인 사하이린(沙海林) 상하이시 통일전선부장을 향해 “사하이린 물러가라” “통일전선 거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과 사 부장의 얼굴 사진을 찢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번 포럼은 독립 성향의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첫 대만 방문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보도했다. 전날 개막식에서 커 시장의 축사가 3분에 그친 데 반해 사 부장은 30분간 이어진 개막 연설을 통해 92컨센서스(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와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양안은 동포애를 바탕으로 한 운명 공동체, 이익 공동체”라며 “중화민족의 부흥의 실현을 위해 92컨센서스에 입각해 상하이와 타이베이 사이의 우호를 증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하이-타이베이 포럼은 다른 나라 사이의 교류가 아니다. 양안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한 정치적 기초는 중국이란 정체성”이라고 재차 밝혔다.

커 시장은 “이번 포럼은 타이베이시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했기 때문에 두 도시간 우의 때문에 열릴 수 있었다”며 “우리가 베이징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존중할 때 베이징도 대만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견지한다는 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 부장은 반중국 시위대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반대보다 지지하고 환영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들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양안관계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만 황중옌(黃重諺) 총통부 대변인은 이날 “진정한 교류는 전제가 필요 없다. 그래야만 서로 진정한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하이-타이베이 포럼은 2010년부터 매년 번갈아 개최해 온 교류 행사지만 지난달까지 중국이 지방자치단체 교류 역시 국가 차원의 입장 표명을 요구해 개최가 불투명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