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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학교급식 비리 연루자는 영구 퇴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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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폭염 속에 전국 614만 명의 초·중·고생이 학교 밥을 겁내고 있다. 개학과 동시에 서울·부산·경북 등 전국에서 급식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가 발생해서다. 최근 보름 새 식중독 의심 환자가 700여 명으로 불어나자 “급식을 못 먹겠다”는 학생까지 나올 정도다. 식자재가 부패했거나 위생관리를 엉망으로 했을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급식 사고가 일시적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어제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발표한 학교급식 비리 실태 677건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검댕 튀김’ 등 충암고 급식비리를 계기로 정부가 지난 4월 조사한 것인데 그 내용이 ‘비리 종합판’이어서 충격적이다. 생산·유통·관리 전 과정에서 벌어진 속임수·담합·유착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곰팡이 감자를 유기농 감자로 둔갑시켜 공급하는가 하면, 값싼 냉동육을 비싼 냉장육으로 속여 49억원어치를 챙긴 업체도 있었다. 위생관리는 더 아찔하다. 식재료 종사자들은 결핵·장티푸스 같은 감염병 검진을 연 1회 받아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 일부 업체는 전국 3000여 곳의 영양교사 등에게 16억원어치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포착됐다. ‘단무지 조각’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업체와 학교의 유착을 낱낱이 밝히도록 후속 조치를 서두르기 바란다.

이번 실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전국 1만2000개 초·중·고 급식에 들어가는 정부예산만 연간 5조6000억원이다. 이런 거대 시장의 납품·위생·회계 과정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교육 당국의 책임이 막중하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학교급식 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내년 상반기부터 모든 운영 실태를 공개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최대한 일정을 당겨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급식비리 연루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중요하다. 교원의 단순 징계나 업체의 납품 중단 같은 미봉책으론 밥도둑을 없앨 수 없다. 한 번만 비위가 적발돼도 교단·업계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자. 남의 자식 밥을 갖고 제 배 채우려는 자들에게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