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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여름 휴가만 가면 대형사건…1000년 한 번 폭우 루이지애나 덮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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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 해부터 마지막 해까지 여름 휴가 징크스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휴가 때 매사추세츠주의 마서스 비니어드만 찾으면 국내외에서 큰 일이 터지는 악연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휴가 끝낸 뒤 이재민 찾아 논란
트럼프 등 “골프장 대통령” 비난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휴가 마지막 날인 21일(현지시간)을 투자자 글렌 허친스, 변호사 사이 워커 등과 함께 골프로 마무리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영입한 스티븐 배넌이 운영해 온 브레이트바트는 이날 “이번 휴가 중 10번째 라운딩으로, (휴가 기간 중) 기록적 수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는 찾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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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휴가 기간 중 루이지애나주는 1000년에 한 번 쏟아질 확률의 폭우를 만나 가옥 4만 채가 침수됐다. 현지 언론 디애드버킷은 지난 18일 사설로 “ 휴가를 중단하고 수해 지역을 방문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골프를 강행했다. 트럼프는 물론 여배우 커스티 앨리 등이 오바마 대통령을 ‘골프장 대통령’으로 비난했다.

휴가 악연은 올해 만이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여름 휴가를 보내던 2009년 8월 민주당 거물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타계하며 휴가 중 장례식에 참석해 추모 연설까지 했다. 2011년엔 허리케인 아이린이 미국 동부 해안으로 접근해 휴가 일정을 단축하고 백악관에 조기 복귀했다. 당시 휴가 일정을 다 채우려다가 동부 일대에 재난 대비 비상사태가 선포되며 여론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백악관이 휴가 단축을 알렸다. 2013년엔 이집트 유혈 사태에 호화 골프 논란이 겹치며 곤욕을 치렀다. 이집트 정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며 수백 명이 사망해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특별 성명을 발표해야 했다.

최악은 2014년이다.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흑인 폭동 사태가 벌어져 약탈과 방화가 계속되자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나라 바깥에선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인 인질 제임스 폴리를 참수해 충격을 안겼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골프를 강행하다 여론 악화를 자초했다. 3달 후 중간선거에서 대패했다.

21일 밤 백악관에 돌아온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루이지애나를 찾아 이재민을 달랜다. 오바마를 기다리는 건 수해 만이 아니다. 휴가 기간 중 국무부는 올 초 이란에 줬던 현금 4억 달러가 미국인 인질 석방과 관련이 있음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앞서 “미국 정부는 몸값을 지불하지 않는다”고 공언했던 게 자칫 거짓말이 될 수도 있다. 공화당은 청문회 등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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