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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위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3일 「인천사태」는 시위자들의 「이념」과「행동」이 모두 극한화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까지 구호에 그쳤던 극렬·극한은 행동으로 옮겨져 남의 나라 얘기로만 알았던 일들이 우리 앞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총성 없는 시가전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결국 신민당의 개헌추진대회도 유산되고 말았다.
이처럼 최근의 시위양상은 기물파괴, 전경과의 유혈충돌 등으로 더욱더 폭력화하고 있다.
더우기「4·30제의」를 통해 경새 정국에 한 가닥 숨통이 트일 것 같은 기운이 나오는 시점에서 일어난 것이라 이번 사건은 세간에 일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 시위대는 무엇을 성취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시위학생들은 현재의 상황을 무슨 혁명의 호기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 같은 생각이 이 땅에 사는 「말없는 다수」의 여망과 일치하는 것인지 아닌지 우선 그 구호부터 보자.
- 『미국 놈들 몰아내고 민주정권 수립하자』
- 『우리 노동자들의 철천지원수는 미국자본가 놈들과 그들에게 꼬리를 흔들어 대는 강아지 무리들이다
- 『천만노동자 해방투쟁 만세 구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인천을 「해방구」로 선포하고 투쟁을 「주도」했다.
그 어느 하나가 국민의 공감과 수긍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
이 사회의 모든 양심적인 시민들은 우리 정치체제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은 자유민주주의의 확립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각계각층에서 이를 위해 노력하고있지 않은가.
그러한 목표가 당장 만족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있다.
그러나 역사가 교훈 하는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폭력에 의해서는 그 무엇도 성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력이 폭력을 불러 헌정사의 불행이 되풀이되었던 숱한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은가.
국내의의 모든 여건으로 미루어 시위학생의 주장이 실현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갈수록 고립화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선 일부재야 세력들마저도 스스로 분열을 거듭해 결국 「극렬파」만 더 노출되어 오히려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을 본다.
민주화를 위한 운동이 민주화를 저해하는 역작용을 한다면 그것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에도 역항하는 일이다.
이제 사태의 진정을 위해 사회 모든 계층은 의견을 모으고 나서야할 시점이다. 특히 정치인들의 책무가 크다. 정치적인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다.
그 동안 민정당이 집권당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사정은 짐작하고 있다. 문제해결의 이니셔티브는 정부 쪽에 맡겨진 채 「주변집단」으로서의 구실밖에 못하는 게 아니냐는 평판도 들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여당 안에서 민정당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정국을 주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겠다』고한 대통령의 결단도 있었지만 그것이 난국을 푸는 정도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그다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치안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엔 없다. 그런 뜻에서 인천사대는 민정당의 정국주도 능력에 대한 시금석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것도 된다.
이번 사태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신민당에 대한 규탄을 꼽을 수 있다. 과격학생들은 같은 보수정당끼리의 대 타협은 기회주의적이라고 몰아 붙이고 있다.
신민당으로서는 국민의 개헌요구를 정부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자칫하면 과격운동권의 투쟁무대를 제공하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첫째아들 민정당, 둘째아들 신민당의 개헌공방을 조작하며, 민중의 민주화·자주화영향을 호도하고 있다』고한 운동권의 구호에서 야당진영의 개헌전략은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한 셈이 된다.
인천사태는 정치권의 주도적 역할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교훈으로 받아 들여져야한다. 국민 각계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는 길만이 난국수습의 첩경이며 과격운동을 고립화시키는 방도임을 새삼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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