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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밀폐공간서 준비 없이 작업하다간 '5분내 사망'

중앙일보

입력

 
최근 폭염 속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질식해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청주흥덕경찰서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옥산면 유제품 가공공장 직원 권모(45)씨가 전날 오후 3시20분쯤 맨홀 뚜껑을 열고 정화조를 점검하러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권씨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자 회사 동료인 금모(49)씨와 박모(44)씨가 정화조에 잇따라 들어갔고, 이들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금씨와 권씨는 40여 분 뒤 숨졌다. 박씨는 심폐소생술(CPR) 끝에 의식을 회복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권씨 등이 정화조에 들어가기 전에 환기를 하지 않았고, 방독면 등 호흡용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점검하려다 질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화조 내부의 산소 농도가 18% 미만인 '산소 결핍'상태에서 암모니아 등이 함유된 메탄가스에 노출돼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을 발견한 119구급대 관계자는 "발견 당시 2명은 쪼그려 앉은 상태로, 1명은 정화조 오수에 얼굴이 잠긴 채로 발견됐다"며 "이들은 모두 사복을 입었고 보호장구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오전 7시40분쯤 경남 창원의 한 업체에서도 정화조 배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 5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졌다.

지난 7일엔 제주 서귀포시에 설치된 하수처리 시설 내부에서 퇴적물을 제거하던 근로자 2명이 질식해 숨졌다. 근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유독가스를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기온이 상승하면 밀폐공간의 미생물 번식이 증가하고 산소 결핍 상태가 되기 쉽기 때문에 이런 곳에서 작업할 경우 심하면 순간적인 실신과 함께 5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매년 밀폐공간 작업 중 1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있으며,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질식재해 사고는 114건이 발생해 92명이 숨졌다. 사고 발생 시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안전보건공단은 작업 전에 반드시 내부 공기 상태를 측정하고, 산소농도가 18% 미만인 장소에서는 공기호흡기나 송기마스크 등 호흡용 보호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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