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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즈 미 하원 의원, W·P지에 한국 관계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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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미 하원 아시아태평양 소위 스티븐·솔라즈 위원장은 27일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장문의 글에서 한국의 『여 야당이 서로 충돌할 무대가 설정되었다』고 경고하고 필요하면 카톨릭 교회나 서울의 미국대사관이 중재자로 나서 여야 최고위 지도자들간에 대화를 중재, 타협의 길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제의했다.
지난3월 한국을 방문했던 솔라즈 위원장은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헌논의에서 미국이 취할 태도는 어느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거나 직·간선 중 어느 방식을 찬성한다는 식의 의사표명이 되어서는 안되며 다음 대통령을 선출함에 있어 국민들의 의사존중이 보장되는 선거제도가 이루어져야 된다는 점을 미국이 확실히 밝혀야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 요지다.
한국에서는 여야간에 결전의 무대가 실정되고 있다. 「민중의 힘」을 둘러싼 한국의 움직임은 자유를 탄생시키거나 억압의 재연을 몰고 올 것이다.
필리핀과 한국사회 사이에는 기본적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두 나라에는 모두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전환을 바라는 폭넓은 여망이 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과 한국의 정치 역학 속에는 미국안보에 중요한 관련성이 있다. 필리핀에서는 마르코스 정권의 부패와 억압으로 신인민군이 득세해 필리핀에 있는 미군기지가 위협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정치 불안이 넓게 퍼지면 김일성이 한반도를 적화시키려는 오판을 몰고 올지 모른다. 4만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상호방위 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은 전쟁이 재발할 경우 필연적으로 개입될 것이다.
한국의 안정에 관련된 미국이익을 보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필리핀에서와 같이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데 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85만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는 마당에서 미국이 미군 철수나 군원 감축을 위협함으로써 민주주의로의 신속한 발전을 유도하려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그러나 미국은 88년 선거에 대해 보다 신속한 민주주의 발전을 바란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각 정치세력간의 화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88년에 물러나겠다고 거듭 약속했고 한국경제의 급성장은 모범이 되고 있고 한국은 역사적으로 엄격한 유교적 왕제 및 일본 식민 통치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필리핀과 구별된다. 종교적으로도 필리핀에서는 카톨릭 신도가 국민의 85%를 차지하지만 한국에서는 기독교도가 2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뚜렷한 정치적 유사점도 있다. 한국에서도 필리핀에서처럼 인권유린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군부와 안보기관들이 정부의 주지지 기반이며 정권의 정통성문제가 있고 조직된 야당이 일어나 거국적인 민주화 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에서의 불만은 필리핀에서만큼 만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많은 관측자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서는 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와 같은 유사성에 첨가해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필리핀과는 다른 사회·경제적 요소로 인해 가열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경제의 기적으로 인해 정치권력을 분담하기를 원하는 대규모의 중산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들어간다. 75%가 35세 이하다. 또 1백%가 글을 읽을 수 있다. 그 결과로 한국인들은 점점 더 스스로 선임된 통치자를 관용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따라서 여야가 충돌의 궤도 위에서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개헌운동을 둘러싼 이처럼 미묘한 상황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는 어떤 것인가? 미국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해야하는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있는데 한국의 안정은 그 저지 노력의 한 요소이고 안정은 국민의 불만과 분노만 자극하는 억압보다는 민주주의에 의해 더 보장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할 일은 한국내 정치 발전과정에 있어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다. 직선제나 간선제, 또는 어느 특정 후보에 대한 선호를 표명하는 것은 미국의 할 일이 아니다.
적절한 일은 한국의 선거제도가 다음 대통령 선출에서 한국 국민들의 소망을 반영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신념을 분명히 표현하는 것이다.
미국 이익을 최선으로 기하고 한국에서의 정치적 재앙을 피하는 길은 발전과 안정을 위해 여야가 다같이 각자의 목표 중 일부를 포기하고 타협을 이룩하는 길이다.
그런 타협의 열쇠는 직선이든 간선이든 간에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고 승리하는 측이 누구건 간에 패자의 개인적 안전이 보장되리라는 신뢰를 여야가 다같이 가질 수 있는 선거제도에 대한 합의가 이룩되는데 있다. 그와 같은 신뢰가 있다면 선거 절차에 관한 형식은 쉽게 풀릴 것이다.
이와 같은 타협이 성립되려면 양측이 최고의 수준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된다. 처음 직접 대화가 불가능하다면 카톨릭 교회나 미국 대사관 같은 중재자도 있다.
필리핀에서와 같이 한국은 미국이 미국의 정치 가치관을 향상시키면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나라의 한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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