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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로 섬게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스티븐·솔라즈 미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위원장이 한국의 현실을 두 개의 기관차에 비유한 일이 있다.
그는 지난 16일 미 의회 청문회에 『정부와 야당이 같은 궤도 외에서 서로를 향해 충돌하려 질주하는 기관차 같다』 (two trains headed toward each oher ona collison course)고 했다.
그건 정치학의 게임 이론에 근거한 설명이다. 여기엔 병아리 이론 (game of (chicken)이 즐겨 인용된다.
오토바이에 탄 두 젊은이가 고속도로의 분리선 위를 시속 80마일의 속도로 마주 달려오는 경우다.
그들 중 어느 목이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지 않으면 충돌해서 둘은 죽게 돼 있다.
그런데 한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달리고 다른 사람이 피하면 전자는 명의를 얻고 피한 사람은 뭇 사람이 보는 가운데 창피를 당한다.
죽음을 두려워해서 참사를 피 한쪽이 바로 「병아리」다.
이 경우 승리자는 명예를 몽땅 얻고 패배자인 병아리는 반대로 명예를 몽땅 잃는다는 의미에서 경기자체의 결과는 제로 섬 (영합 현상을 보인다.
이것을 정치학에선 두 사람의 제로섬게임 (two person zero-sum games)이라고 한다. 상대가 분명한 두 편의 싸움의 경우 그 이론이 원용된다.
그러나 이 게임은 두 가지 의문을 남긴다. 하나는 그 게임의 승자가 과연 명예를 아는 훌륭한 승리자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 경기자의 부모와 아내들이 과연 어떤 보상을 받는가 하는 점이다.
그 때문에 병아리 게임은 비리성적인 사람들만의 시합일 수밖에 없고 게임 도중에 두 족 혹은 한 폭이라도 이성을 회복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원래 게임 이론은 「노이만」의 『사회 놀이의 이론(Zur Theorie der Gesellschaftsspiele) 』에서 비롯했다.
수학자 「노이만」과 경제학자 모르겐슈데른의 공저 『게임 이론과 경제행동』은 이 이론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전략의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에 의해 결과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이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다툰다. 그러나 그 게임의 결과는 필연적인 것보다 확률적, 우연적인 법칙이 좌우한다는 것이 기본 원리다.
한국의 사태가 충돌로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 정치인들이 다만 승리를 위해 「죽음」폭으로 달려가는 기관차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은 있다.
두 편의 이익을 보장하는 「논제로 섬게임」의 지혜도 알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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