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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절반은 학교, 절반은 기업서…도제교육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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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애플리케이션(앱) 아이콘의 색깔 코드가 틀렸네. 철자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프로그래밍은 엉망이 되니까 신중해야 돼.” 17일 오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하이버스(서울 구로구) 연구실. 이 회사 김유현 과장이 30분 동안 PC와 씨름하고 있던 서울 용산공고 전기과 2학년 박준영(17)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과장의 조언대로 명령어를 새로 입력하자 컴퓨터에 연결된 태블릿PC에 파란색 앱 버튼이 생성됐다. 박군은 “집 밖에서도 TV 등 가전제품의 전원을 켤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며 “명령어가 잘못된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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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18일 도제학교인 인천기계공업고와 ㈜천일엔지니어링을 방문해 학생과 교직원을 격려했다. 이 학교 3학년 김진 학생이 박 대통령에게 태극기를 새긴 금형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군은 특성화고(옛 실업계고) 학생이면서도 하이버스에 출근하는 수습직원이다. 학교와 회사를 오가며 2, 3학년 2년 과정의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이런 교육과정은 도제학교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용산공고가 올 1학기부터 도제학교 프로그램 시행 학교가 되면서 박군을 포함해 학생 25명이 이 프로그램을 적용받고 있다.

현재 60곳서 내년 200곳으로 확대
박 대통령, 인천기계공고 방문
일?학습 병행하는 직업교육 강조

현재 용산공고 등 60개 특성화고(학생 2674명)에서 도제학교 모델이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도제란 스승과 제자가 함께 일을 하며 교육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학교 모델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스위스의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벤치마킹했다. 학기 절반은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절반은 기업에서 실전기술을 가르치는 게 특징이다.

용산공고의 경우 학생들은 지난 1학기 때 딱 두 달만 학교에서 국어·수학 등 교양수업을 들었다. 한 달은 기업체 명장들이 직접 강의하는 최신 기술에 대한 이론수업을 듣고 나머지 한 달은 회사로 출근해 현장 교육을 받았다. 이 학교 문관훈(17)군은 “직접 시장에 내놓는 제품을 보며 회로를 분석하고 부품의 역할들을 배우다 보니 이해도 빠르고 새로운 기술을 응용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도제교육을 받는 학생은 회사를 다니며 월급도 받고 졸업 후 취업도 보장된다. 학생 입장에선 일찍 진로를 정하고 졸업 후 입사할 회사에서 미리 교육을 받는다는 게 장점이다. 기업은 우수 인력을 조기에 영입하고 이들에게 현장에 꼭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서 채용할 수 있다. 지난해 도제교육에 참여한 기업의 만족도는 4.49점(만점 5점)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도제학교 모델을 내년엔 200개교 7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도제교육 대상을 서비스·정보기술(IT)·경영사무 등 특성화고의 모든 전공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2학년 때 시작되는 도제훈련 시기도 1학년으로 낮춘다. 이를 위해 예산 600억원을 투입해 도제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연구시설도 늘릴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스위스 베른 상공업 직업학교를 방문한 뒤 도입을 지시한 지 2년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내 첫 번째 도제학교인 인천기계공고를 방문해 일·학습 병행제를 통한 직업교육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 중국 항저우 G20 회의 참석=청와대는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9월 4~5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며 “하지만 한·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선 2~3일에는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G20 회의 직후엔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이동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등에 참석한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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