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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피로사회…'관계 다이어터'부터 '혼놀족'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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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11시쯤 홍대 앞에 있다는 ‘1인 노래방’을 찾았습니다. ‘평일 오전에 혼자 노래 부르러 오는 사람이 어딨겠어?’ 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웬걸요, 전체 27개의 방 중에 20개가 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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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실례를 무릅쓰고 방 한 곳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대학생 김모(20)씨가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김씨는 잠시 당황하는 듯 하더니 이내 웃으며 “심심해서 혼자 노래나 부를 겸 놀러 나왔다”고 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대에는 방학 중인 대학생들이 많이 와요. 저녁에는 직장인들도 오고요. 40~50대 단골 손님도 생각보다 많아요. 한바탕 스트레스 풀고 가는 거죠. 다른 사람 눈치 볼 것도 없고 편하잖아요.”

노래방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자도 취재를 마치고 ‘몇 곡 부르다 갈까’하다 꾹 참았답니다.

혼밥(혼자 밥 먹기)ㆍ혼술(혼자 술 마시기)ㆍ혼노(혼자 노래방 가기) 등 ‘혼놀(혼자놀기) 문화’가 퍼진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으레 술은 여럿이서 마셔야 제 맛이고, 노래도 여럿이 불러야 흥겹다는 게 통념입니다. 그런데 왜들 '혼자'인 걸까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을 굳이 갖다대지 않아도 우리는 사람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인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죠.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카카오톡 친구, 페이스북ㆍ인스타 친구 등으로 관계를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의 스마트폰이 지금도 울려 대고 있진 않나요? SNS에서 친구가 퍼 날라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도 있을 테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수 많은 지인 중에 우리가 정말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세대별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관계 맺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상당수는 관계 맺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또,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 수에 비해 마음 터놓고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수는 극히 일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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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망의 홍수 속에서 ‘탈출구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인을 대폭 정리한 ‘관계 다이어터’부터 일부러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려는 ‘혼놀족’까지. 그 모습은 흥미로웠지만 어딘지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혼놀족은 “이 시간(혼자 보내는 시간)마저 없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계 피로증’에 지친 이들부터 교수와 전문의, 그리고 소위 ‘인맥왕’이라 불리는 사람들까지 두루 만났습니다. 사연도 제각각이고, 진단도 조금씩 달랐지만 짚어야할 이야기들이 참 많았습니다. 내일(19일), 자세한 얘기를 풀겠습니다. 공감하실 만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또 어떤 부분에 대해선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같이 읽고 고민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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