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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49년「시몬·드·보브와르」의『제2의 성』이 출간되자 세상은 시 끌 덤벙했다. 우선 사면에서 조소가 쏟아졌고 교황청은 금서명령을 내렸다.『사적 유물론의 관점』에서 썼다는 책인데, 프랑스의 좌익계에서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았다.
『제2의 성』의 골자는『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어 가는 것이다』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은 신체적 조건이 다르지만 그것이 남성을 여성보다 우월하게 만드는 증거는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보브와르」의 여성관은「사랑」의 의미를 새기는 대목에 명증하게 나타난다.
『남자는 애인 앞에서 무릎을 꿇어도 그 여자를 소유하여 자기 생활에 합류시키려 하며 자기 생활이 여자 속에 흡수되기를 원치 않는 반면에, 여성에게 있어서 사랑은 자기 권리의 포기를 의미한다』
이 책은 발간 1주일만에 2만 권이 팔려 나갔다. 그러나 베스트 셀러가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여성 운동가들은 바로 자신들의 바이블을 찾게 된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성적 경험을 통해서 남성의 지배를 받는다. 그렇다고 여자가 난소 때문에 영원히 무릎을 꿇고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보브와르」의 이 말은 모든 여성에게 성적인 쾌감을 초월하는 또 다른 쾌감을 주었을 것도 같다.
그 자신의 생애를 보면 남성에게「지배」를 당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사르트르」 와 일생을 함께 살아온 것은 사실이다. 그가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은 생활을 실천했다면 「사르트르」와 결혼하지 않은 부부였다는 사실이다. 1931년부터의 일이다. 사람들은 그런 상태를「계약결혼」이라고 불렀다. 그들 자신은 동반자라고 했지만, 아무든 함께 살았다.
이들이 부부 싸움 같은 것을 했을지 궁금하다. 서로 속박하지도,『습관으로 타락하지도 않았던』것으로 미루어 싸움은 없었을 것 같다. 그러나 애정의 위기가 몇 차례『없었던 것은 아니다』는 말은 있다.
「보브와르」는『제2의 성』에 앞서『초대받은 여인』(43년)이란 소설로 작가의 명성을 쌓았다. 1972년엔『결국』이라는 제목으로 자서전도 냈다.
『「사르트르」를 만나지 않았던들 내 생애는 전혀 딴 길을 갔을 것이다』는 얘기는 사뭇 고백적이다.
그때 나이 불과 63세. 그러나「보브와르」는 이 자전의 서두에서『…하지만 나는 이미 내 종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후 14년이 지난 지금「보브와르」는 7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의 묘지는 생전에「사르트르」묘 옆자리로 정해 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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