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간 최용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만나려 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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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을 무대로 스포츠 외교를 펼치려던 북한의 구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용해(사진)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현지에 달려갔지만 국제사회의 싸늘한 시선에 북한 선수단의 성적 부진까지 겹친 탓이다.

국제사회 냉랭, 스포츠외교 차질
‘예수상 관광’ 보도 나와 곤혹도

최용해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 건 지난 4일. 당일 저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최로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해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귀빈들과 환담하는 등 출발은 좋았다. 하지만 이튿날 올림픽 개회식 참석 이후에는 별다른 추가 접촉 일정을 잡지 못했다.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관영매체들이 최용해가 테메르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난 것으로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귀띔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가져갔지만 면담 일정을 잡지 못하자 거짓 보도를 한 것이란 얘기다.

이런 모습은 과거 북한 고위 인사의 스포츠 외교와 차이가 난다. 2년 전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면담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냉랭한 기운이 최용해의 리우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가체육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최용해는 메달 기대주를 중심으로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지난 10일에는 탁구와 역도·다이빙 등 3개 경기장을 찾는 강행군을 했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곧장 자리를 뜨는 등 실망감을 드러냈다. 8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관광 명소인 해변 예수상을 찾은 사실을 두고 “북한의 고위 관리가 기독교 상징물을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도 했다. 최용해는 11일 새벽 시간대를 택해 평양 귀환길에 올랐다.

북한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역도 3개, 유도 1개 등 4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는 육상·수영·역도·사격 등 9개 종목에 31명의 선수를 내보냈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앙TV를 비롯한 북한 매체는 차분한 분위기다. 편성시간을 대폭 늘리며 올림픽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4년 전과 달라졌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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