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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내일 방중…정상 예우하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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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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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지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가 17일 중국을 방문한다. 지난해 11월 총선과 지난 3월 민정 이양으로 국정을 잡게 된 이후로는 첫 중국 방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수지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초청으로 17일부터 4박5일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방문 한달 앞서 중국행
시진핑 주석과 회담 확실시

수지의 방중은 리 총리의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지만 국가 정상에 준하는 예우를 받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회담할 게 확실시된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수지 여사는 국가 의전서열상 대통령 다음 순서로 의전 관례와 양국간 협의에 따라 리 총리가 초청하게 됐다”면서 “수지 여사는 방중 기간 중 중국 지도자와 회담하고 지방 도시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수지의 방중이 9월 미국 방문에 한달 앞서 이뤄진다는 점도 관심의 대상이다. 수지가 미얀마의 민주화를 측면지원한 서방과의 관계 개선뿐 아니라 중국과도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중국 난징대학의 지추펑 교수는 “수지의 방중은 그를 이데올로기보다는 국가이익을 앞세우는 실용적 정치인으로, 중국과 서방을 양측에 두고 신중한 균형외교를 펴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정권 이양 이후를 내다보고 수지에게 공을 들인 ‘선제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 수지는 정권교체 직전인 지난해 6월 처음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회담했다. 당시엔 제1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 자격이었다.

수지는 당시 “민주화 이후의 미얀마는 모든 나라와 관계를 중시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계속 유지해 갈 것이란 뜻을 밝혔다. 이는 수지가 오랫동안 자신을 탄압한 군사정권을 지원해 온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소극적일 것이란 외부 세계의 관측을 깨는 것이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당시 중국 외교 당국이 수지 초청에 난색을 표시했으나 시 주석이 직접 나서 수지의 첫 중국 방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수지는 미얀마의 경제회복, 소수민족 반군과의 평화협상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그는 1948년 독립 이후 60년째 계속되고 있는 소수민족 반군과의 분쟁 해결을 위한 ‘21세기 팡롱 회의’를 이달 말 개최할 예정이다. 지 교수는 “미얀마와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다른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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