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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가관·소명의식 강한 분들”…이원종 “내가 모신 이후 가장 많은 웃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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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0분.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 간의 청와대 오찬 회동 시간은 당초 예정된 90분을 20분 넘겼다. 참석자들은 공통적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110분 오찬
“할머니 비켜주세요, 석 자로 하면…”
박 대통령 “할매 쫌” 답하며 농담

회동 직후 이정현 대표는 국회에서 직접 브리핑을 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노동개혁, 김영란법, 원격의료, 청년 취업 문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사드에 대해서는 “건강, 농작물 피해나 위치 선정 문제 등의 정보를 정확하고 진솔하게 전달해야만 지역민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강석호 최고위원이 “대구·경북(TK) 지역 의원 면담에서 말씀하신 (성주군 내의) 제3지역 검토를 진행해주시는 게 좋겠다. 경북지사·성주군수·국방장관 등 관련자 중심의 협의가 진지함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니 정치권은 개입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해야 한다.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농·수·축산물업계 위축과 내수 경기 악영향을 우려해 김영란법 시행령(선물 3만원, 식대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한도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을 꺼냈다. 박 대통령은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의 취지에 맞게 해야 하는 면이 있다”며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답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회동엔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과 9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강석호·조원진·이장우·최연혜·유창수(청년) 최고위원이 참석했다. 강 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친박으로 분류된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가관도 투철하시고 소명의식도 강한 분들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을 잘 이끌어주시리라 기대를 많이 한다”고 격려했다. 이어 리우 올림픽에서 펜싱 금메달을 딴 박상영 선수의 얘기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점수가) 13-9로 상당히 밀려 있는 상황에서 그 선수가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이렇게 되뇌면서 도전해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도 상당히 감동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해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이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두 차례에 걸쳐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건배사는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이 맡았다. 강 의원이 “제가 비주류로 알려져 있는데 저도 주류”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라고 답했고 참석자 모두 크게 웃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식사 중 “경상도 사람들이 ‘할머니 비켜주세요’를 세 글자로 뭐라고 하는지 아시냐? ‘할매 쫌’, 두 자로는 ‘할매’, 한 글자로는 ‘쫌’이라 한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고 한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찬 직후 김광림 정책위의장에게 “내가 (대통령을) 모신 이후로 오늘 제일 많이 웃으시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들이 떠날 때 청와대 본관 현관까지 나와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배웅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따로 불러 만난 건 지난해 12월 7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박유미·최선욱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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