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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환(하) 종착역은「경변증」과「암」|증세 자각했을 땐 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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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간질환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는 간경변증과 간암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간경변증으로 입원한 사람이 82년에는 6대 성인법의 12·9%를 차지했으나 83년에는 13·8%, 84년에는14·0%로 높아졌다고 한다. 또 암등록사업결과에 따르면 82년에 전체암의 14·9%(남)와 4·2%(여)를 차지하던 간암이 83년에는 각각 15·9%와 4·9%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의 「사망원인통계」에서도 이들 질환으로 인한·사망자가 늘고있다.
81년 전체 사망자의 7·5%에서 82년에는 7·9%,83년에는 8·6%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간경변증>
간경변증이란 글자 그대로 간이 굳어지는 병이다. 간에 장기간에 걸쳐 염증이 있은 뒤에 파괴된 간세포 대신 굳은 섬유질(결절조직)이 들어차고 살아남은 간세포도 덩어리(결절)를 만듦으로써 간의 표면은 자갈밭처럼 울퉁불퉁 해지고 모양도 찌그러진다.
간경변증의 원인은 많으나 그중에서도 알콜과 B형 간염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알콜의 경우 개인차와 유전적인 요인이 많으나 10년 이상 음주를 한 상습음주자의 20%정도가 간경변증으로 이행된다.
급성간염을 앓는 경우 90%정도는 6개월이내에 완전히 정상간으로 돌아오지만 10%는 계속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만성간염으로 진행되고 이때 치료가 소홀하든가 몸을 무리할 경우 간경변증으로 진행하는데 대개 만성간염환자의 40%가 간경변증을 앓게 된다.
간경변증은 웬만큼 진행하기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 봐서는 정상인과 전혀 구별이 안되며 본인도 아무 불편없이 정상생활을 하고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있는 경우 초기에는 만성간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구역질·식욕감퇴와 더불어 헛배가 부르고 간 부위에 둔통을 느끼며 혈액응고인자의 감소로 멍이 잘 들고 코피나 잇몸출혈이 자주 나며 남자는 유방이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좀더 진행된 경우에는 혈액내의 수분이 빠져나와 복수가 차고 체중이 줄며 소변의 양도 줄고 얼굴이 혹갈색으로 변하거나 황달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손바닥이 붉어지거나 목·가슴에는 거미줄 모양의 빨간반점이 나타나며 배꼽주위의 혈관이 퍼렇게 솟아오르기도 한다.
문맥압상승으로 식도정맥류등의 합병증이 생기면 식도나 위에서 출혈이 일어나 토혈을 하거나 검은 혈변을 보며 치질로 고생하고 의식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간경변증이 있으면서도 전혀 증상이나 불편없이 정상생활을 하거나 천수를 다하는 사람도 2O∼40%가 된다.
서울대의대 김정용교수(소화기내과)는 흔히 간경변증을 불치의 병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간은 예비능력이 크기 때문에 남아있는 간기능을 더 나빠지지 않도록 보호해준다면 비록 딱딱해진 간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정상생활을 영위하는데는 지장이 없다고 말한다.
고려대의대 이창홍교수(내과)는 간경변증의 치료목표는 현재 파괴되고 있는 간세포의 재생을 돕고 합병증을 예방하며, 일단 생긴 합병증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현재로서는 적절한 영양공급과 충분한 휴식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고단백·고칼로리 식사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간경변증환자에게 하루 필요한 단백질은 60g(살코기로3백9)정도. 그리고 간에 좋다고 선전되는 약들을 이것저것 다 먹여본다는 식의 마구잡이 투약은 절대로 피해야한다. 이것은 명을 재촉하는 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암>
간암은 남자에서 위암다음으로 많은 암으로 간자체에 생긴 원발성간암과 다른 장기의 암이 간으로 옮겨온 전이성간암등 두종류가 있다.
간은 예비능력이 높아 간암도 웬만큼 진행하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고 일반적인 간기능 검사에서도 갈 체크되지 않는다.
일단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확진후 평균 6개월이내에 사망하는 것이 보통이다.
간암은 간경변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잘 유지돼오던 간경변증이 갑자기 악화되는 경우 간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는 복수와 출혈이 심해지며 체중이 감소하고 통증이 심하며 우상복부에서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는데 간경변증환자 4명중 1명정도는 간암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암의 발생원인은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 물질의 섭취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역시 주범은 간경변증과 마찬가지로 B형 간염바이러스. 이 바이러스보유자가 간암에 걸릴 확률은 비보유자보다 2백∼3백배나 높다.
김정룡교수는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받은 간암환자의 98·5%가B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이 있었다고 말한다.
간암은 60년대까지만 해도 진단이 힘들었으나 지금은 증상이 나타기 전에 조기발견이 가능해져 치료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서울대의대 김주완교수(진단방사선과)는 직경2cm정도의 미소감암이라도 초음파검사로 찾아 낼수 있다고 말한다.
이창홍교수는 간암의 조기발견을 위해 간암 위험군 (40句∼50대 남자로서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은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실시하고, 특히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을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은 증상에 관계없이 연3∼4회 검사를 하도록 권한다.
간암의 치료는 암부위를 도려낸 후 항암제를 쓰는 술후화학요법이 가장 효과가 좋은데 김정룡교수는 FM요법 (5-Fu와 마이토마이신 C의 복합)으로 좋은 성과를 얻고있다고 말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는 몇가지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암덩어리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버리는 경피동맥페색술도 그중의 하나로 김주완교수는 폐색물질로 플래스틱 재료를 많이 쓰며 이밖에 자기혈액을 응고시킨 것이나 에타놀 (99%알콜) 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수술은 간경변증이 심하지 않고 암부위가 국한되어 있으면서 간의 예비력이 충분한 경우에만 시도한다.
그동안 서울대병원에서 1백20여 예의 수술을 주도한 간외과팀을 이끌고 있는 김수태교수(일반외과)는 진단기술과 수술기술의 향상으로 생존율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김수태-김정룡교수가 78∼85년 사이에 시행된 1백예(남 82·여 18, 평균연령 남 52·여 48세)를 분석한 보고에 의하면 수술사망률은 11%,1년,3년 생존율은 각각 57%와 36%였다. 또 간경변증을 동반한 경우가 61%였는데 이들의 3년 생존율은 32%로 경변증이 없는 경우의 44%보다는 다소 낮았다.
한편 치료 불가능한 간질환자가 대상이 되는 간이식이 외국에서는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미 피츠버그대의 「스타즐」박사팀을 비롯, 세계적으로 1천3백예 정도가 보고되어 있으며 1년,5년 생존율은 각각 70%, 50%에 이르고있다. 아시아에서는 중공을 비릇, 뇌사가 인정안된 대만이나 일본에서도 하고있는데 우리나라는 제약이 많아 아직 못하고있다. 7O년대 초부터 간이식실험과 기술을 축적해오고 있는 김수태교수는 병원 최고책임자의 결정만 있다면 우리도 간이식수술은 가능하다고 말한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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