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형 리더 되려는 클린턴이 사람 얻는 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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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30면

‘꼰대’와 멘토는 두 가지 차이가 있다고 한다. 첫째가 ‘과거 이야기를 주로 하느냐,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가, 상대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것이다. 결국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공감대의 공유’ 여부가 아닐까 싶다.


지난 7월 미국 대선을 위한 양당의 전당대회를 두루 참관하면서 새삼 이 생각이 났다.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전략을 만들어 공유하는지 확인해보기 위한 이번 출장은 여러모로 뜻깊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200년 넘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전국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는 정치행사답게 시대의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특히 강한 이미지를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노련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힐러리 클린턴의 리더십 전쟁이 볼만 했다. 이들은 각각 왜 본인이 백악관의 주인이 되어야하는지를 여러 가지 전략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참관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연설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직접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미셸 오바마의 연설과 버니 샌더스의 연설을 빼놓을 수 없다. 특별히 버니는 스피치 스타일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미국의 미래’를 고민하며, 자신만 돋보이려하지 않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화합을 이끌어내려는 진정성이 전해졌다. 누군가의 연설에 눈물을 훔치며 감동받은 건 오래간만이다. 진정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타국의 정치 리더를 보며 그 부러움이 더해진 울컥함 말이다.


리더도 멘토형과 꼰대형이 존재한다. 사실 미국 젊은이들에게 샌더스는 진정한 멘토고 리더다. 이미 보도됐듯, 그는 “이 가운데 가장 실망한 사람은 당사자인 제 자신”이라면서도 “힐러리와 내가 몇 가지 이슈에서 생각이 다른 것은 비밀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힐러리는 뛰어난 대통령이 될 것이며 오늘 밤 그와 함께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로 마무리했다. 그는 경선결과에 깨끗이 승복했고 앞으로의 단합을 강조했다. 지지자들에게 솔직했고, 그들의 이야기를 했고,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이런 버니의 멘토형 리더십을 노련한 힐러리는 자기화하는데 성공했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모성애적 리더십으로 자신과 끝까지 각을 세웠던 버니를 과감히 끌어안았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아니면 안 돼!’하는 기존의 욕심을 숨기고, 트럼프 흠집내기로 대신 화를 쏟아부으며 강인함을 드러냈다. 더구나 그녀는 버니를 얻기 위해 좌클릭을 선언하며, 흔들리는 미국인들을 끌어안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와 ‘함께’를 강조했다. 멘토형 리더가 되보이려는 그녀는 그렇게 버니 지지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


반면 지금까지 보수층 백인 남성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사이다처럼 쏟아내며 환호를 얻었던 트럼프는 비틀거리고 있다. 앞서 진행된 전대에서 테드 크루즈와 폴 라이언 의장이 끝끝내 자신을 지지하지 않자 지금까지도 그들에 대한 시원치않은 응징들로 언론을 시끄럽게 하는 트럼프에게서 뒤끝 있는 꼰대형 리더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 모습은 당내 집안싸움으로 비치며 지지층의 분열로까지 이어져 11월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진정 다른 이의 마음을 사로잡길 원한다면, 과거의 영광은 잠시 추억으로 남기시라. 바로 지금을 즐기며, 함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설렘을 주는 멘토가 되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옛날에는” 이나 “그때는 말이야” 같은 말부터 하지 말자. 당신도 여전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이고, 앞으로도 그들과 같은 세대를 살아가야 할 남자이기 때문이다.


허은아(주)예라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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