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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팔뚝 문 모기 잡아 “다리에 흰줄 있어?” “휴, 지카 아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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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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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로 출국하기 앞서 예방접종을 하고 있는 김지한 기자. [리우=윤호진 기자]

“선배, 지카(바이러스) 괜찮은 거겠죠?”

본지 다섯 남자 모기와의 전쟁기
바르고 뿌리는 모기약으로 중무장
기사 쓰다 방심한 사이 물려 긴장
브라질 겨울이라 아침·저녁엔 15도
며칠 지나니 모기 뜸해진 것 실감
전문가 “감염 가능성 10만 명당 4명”
경계심 다소 풀렸지만 방심 금물

지난 5월 12일 스포츠부 박린(33) 기자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왔다. ‘지난해 11월 브라질 북동부에서 시작된 지카 바이러스로 브라질 내 소두증 신생아가 1300여 명까지 늘었다’는 기사 링크가 함께 걸려 있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감염자와의 성관계로 2차 감염도 가능하다. 기자는 일곱 살 아들 하나로 2세 계획을 마무리한 터라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찜찜했다. 생애 첫 올림픽 취재인데 치안이 불안한 리우에서 ‘모기와의 전쟁’까지 준비해야 하다니. 그래서 물었다.

“린아, 넌 총각인데 무슨 걱정이니.”

“선배, 그래도 소두증이면 태아 머리가 작게 태어난다는데 무섭잖아요.”

“그래, 일단 우리 단톡방부터 만들자.”

김지한(30)·김원(35)·피주영(34) 기자가 초대됐다. 김원 기자는 아들 하나가 있다. 나머지 2명은 박린 기자처럼 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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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모기와의 전쟁을 위해 출국에 앞서 스프레이 등 각종 모기퇴치제를 잔뜩 준비했다. [리우=윤호진 기자]

출국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올림픽 기간 필요한 식료품 등을 사기 위해 대형마트에 갔다. 장바구니엔 볶음 김치와 고추장·캔 참치·김 등을 한가득 담았다. 그러고는 모기약 코너 앞을 서성였다. ‘그래, 혹시 모르니 제대로 챙겨가자.’ 모기퇴치제와 모기 스프레이 등을 쓸어 담았다. 리우에 숙소로 잡은 아파트 2곳을 체류기간(26일) 내내 ‘모기 안전지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도 소용 없었다. 전쟁은 심리전이라고 했던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에 날아든 외교부의 문자 한 통에 취재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국 후 헌혈 금지, 임신 2개월 금지. 콘돔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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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숙소에서 잡은 모기. 김지한·박린 기자는 모기에 물려 팔·다리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모기를 잡고 보니 이집트 숲모기는 아니었다. [리우=윤호진 기자]

리우 숙소에 도착한 취재팀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모기퇴치제를 뿌렸다. 모기퇴치 방향제도 24시간 켜놨다. 매사 꼼꼼한 박린 기자는 바르는 모기약을 목까지 발랐다. 도착 첫날 현지 낮 최고기온은 30도였다.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뱄다. 하지만 다섯 남자는 모두 긴바지에 긴팔을 입었다. 모기의 공습은 방심한 틈을 노렸다. 김지한 기자가 숙소에서 민소매 차림으로 기사를 쓰다 오른쪽 팔뚝을 물렸다. 박린 기자는 침대에서 잠깐 조는 사이 두 다리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리우 체류 이틀 만이었다. 두 기자는 모기를 응징했으나 이집트 숲모기와는 몸통 색이 달랐다. 다리에 흰 줄도 보이지 않았다. ‘지카는 아니겠구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발열 증상이나 몸에 붉은 반점도 나타나지 않았다.

체류 나흘째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모기에 대한 경계심은 빠르게 허물어졌다. 그간 특별히 모기에 시달리지 않은 데다 초가을 같은 날씨가 모기의 존재를 잊게 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브라질은 7, 8월이 겨울이다. 아침저녁 기온이 15도 안팎으로 떨어진다. 쌀쌀한 바람이 제법 차가워 모기가 활동하기 어렵다.

현지인들은 모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지난 3일엔 브라질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뉴질랜드의 여자 축구대표팀 경기에서 관중이 미국 대표팀 골키퍼 호프 솔로(35)를 향해 “지카!”라고 외치며 야유를 보냈다. 솔로가 대회 시작 전 모기망을 뒤집어쓴 채 호들갑을 떨면서 연습 중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기 때문이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과 소두증 태아 출산은 지난해 11월 브라질 북동부에서 시작됐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고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이다. 리우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지만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이 있는 바하 지역은 대부분 깨끗하고 청결하다.

상파울루대 전염병학과의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이 올림픽 기간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10만 명 중 3~4명 정도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모기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리우=윤호진·박린·김지한·김원·피주영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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