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블라디보스토크서 사드 반대 푸틴과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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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左), 블라디미르 푸틴(右)

박근혜(왼쪽 사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다음달 2~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되는 제2차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3일 발표했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 논의
사드 배치가 핵심 의제 가능성
외교가 “중국보다 대화 쉬울 수도”

박 대통령은 포럼 참석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와 한·러 양국 간 실질 협력 증진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2013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 ▶2015년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프랑스 파리)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동방경제포럼은 러시아 정부가 극동 지역 투자 유치와 개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연례 개최하는 행사로, 한국·일본·중국 및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 등 주요국 정부·기업 인사들이 참석한다. 지난해 1회 행사 때는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러시아의 요청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이번 행사에 일본에선 아베 신조 총리가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점도 박 대통령의 참석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9월 3일 포럼 전체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이번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취임 이후 양자 차원에선 처음 이뤄지는 러시아 방문이며 푸틴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답방 성격”이라며 “양국 간 다양한 현안 및 협력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러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어서 한·러 정상회담에선 사드 문제가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의 태평양 거점이 동북아 지역에 새롭게 배치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한·미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직후에도 러시아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비극적이고 불가역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숙고하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자위용 조치이며, 사드는 철저히 북한만을 겨냥해 운용되기 때문에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해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선 사드에 대한 중국의 강경기류를 당장 누그러트리긴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화가 용이한 러시아를 먼저 납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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