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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손흥민 무회전킥…울퉁불퉁 날아가 문전에서 춤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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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24·토트넘)은 리우 올림픽에 참가하는 스타 중에서도 스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지난 1일 브라질 축구대표팀 네이마르(24·FC바르셀로나) 외에 주목할 선수 5명 중 한 명으로 손흥민을 꼽았다. 앞서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도 리우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 5명 중 한 명으로 손흥민을 선정했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 연봉(2016년 약 58억원)을 받는 선수며, 한국인이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선수(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조사 기준 27.2%)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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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1무2패로 탈락하자 손흥민은 펑펑 울었다. 23세 이하 선수들로 구성된 올림픽 대표팀의 와일드카드(24세 이상)에 선발된 손흥민은 “브라질에 오니 2년 전 월드컵에서 흘렸던 눈물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한국시간 5일 오전 8시 피지, 8일 오전 4시 독일, 11일 오전 4시 멕시코와 조별리그 C조 1~3차전을 치른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이어 2회 연속 메달을 노리는 축구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는 단연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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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에겐 올림픽 출전 선수들보다 한 차원 높은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무회전킥’이 있다. 그가 지난해 6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국 A대표팀과 미얀마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 터뜨린 프리킥골은 마법과도 같았다.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가더니 불규칙한 궤적을 그리며 골망을 뒤흔들었다. 두 팔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이는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의 골 세리머니를 따라 한 그는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을 염두에 두고 슛을 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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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호날두의 팬이다. 손흥민은 “호날두가 유로 2004 결승에서 그리스에 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승부욕이 강한 호날두를 롤 모델로 삼게 됐다. 내가 은퇴할 때까지는 호날두 팬일 것 같다”고 털어놨다. 호날두의 특기인 무회전 프리킥도 그래서 벤치마킹했다. 손흥민은 2014년 11월 15일 제니트(러시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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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킥은 데이비드 베컴(41·잉글랜드)처럼 주로 감아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른발 안쪽으로 축구공의 오른쪽 아랫부분을 감아서 돌리는 게 요령이다. 그러면 공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며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를 일으킨다. 원형 물체가 회전할 때의 압력 차이로 휘는 현상이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지는 슬라이더·커브의 원리와 같다.

이에 비해 무회전 프리킥은 공 중앙의 약간 밑부분을 강하게 밀어 찬다. 회전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마그누스 효과 대신 ‘카르만 소용돌이 효과(Karman voltex)’가 생긴다. 마주 오던 공기는 축구공 표면을 타고 뒤로 흘러 위와 아래로 갈린다. 공의 뒷면에는 불규칙한 공기 소용돌이가 생긴다. 따라서 골키퍼는 물론 키커도 예측하기 힘든 불규칙한 공의 궤적이 생긴다. 얼마 전 은퇴한 골키퍼 김병지(46)는 “무회전 프리킥은 골문 앞에서 뚝 떨어진다. 막을 순 있어도 잡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무회전 킥은 야구의 너클볼(손가락으로 회전을 주지 않고 밀어던지는 변화구)과 같은 원리다.

손흥민처럼 실전 경기에서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한국 선수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K리그에서 은퇴한 김형범(32)을 ‘무회전 키커’로 분류할 수 있다. K리그 통산 국내선수 프리킥 1위(13골) 김형범은 중앙일보의 요청으로 경기도 남양주 축구장에서 무회전 프리킥 시범을 보였다. 김형범은 “공을 발등 부분에 최대한 두껍고 넓게 맞혀야 한다. 공이 발등에 얹히는 느낌이어야 한다”며 “백스윙부터 임팩트까지 정확하다면 공이 가다가 뚝 떨어진다. 30m 무회전 킥은 골키퍼 입장에서는 20m에서 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무회전 프리 키커로는 호날두를 비롯해 주니뉴(41·브라질)와 가레스 베일(27·웨일스) 등이 꼽힌다. 투수들의 변화구 그립이 각자 다르듯 키커들이 무회전 프리킥을 차는 요령에도 차이가 있다.

주니뉴를 집중 연구한 안드레아 피를로(36·이탈리아)는 자서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플레이한다』를 통해 “주니뉴는 발 전체가 아니라 3개의 발가락만 볼에 접촉한다. 가능한 한 발을 평평하게 펴고 한순간에 공을 때린다. 그러면 공이 공중에서 회전하지 않다가 골대 근처에서 급격히 떨어지면서 회전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유로 2016에서 그림 같은 무회전 프리킥을 터뜨린 베일은 “먼저 공의 공기 주입구가 날 바라보도록 지면에 내려놓는다. 그러고 네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난다. 달려가면서 발등과 축구화 끈 사이로 공을 때린다”고 비결을 밝혔다.

호날두는 무회전 킥을 찰 때 발등으로 공의 중앙을 강하게 때린다. 호날두가 때리는 프리킥의 최고 스피드는 시속 100㎞에 달한다. 스페인 신문 ‘아스’는 호날두의 킥을 “토마호크 미사일 같다”고 묘사했다. 포르투갈 스포르팅 리스본 유소년팀에서 호날두를 지도한 레오넬 폰테스 코치는 “어느 날 호날두가 탁구를 하다가 라켓으로 공을 때린 적이 있다. 그때 무회전 킥의 원리를 깨닫고 축구에 적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열한 살 때부터 호날두를 동경해 온 손흥민은 그의 무회전 프리킥을 따라 하기 위해 수많은 훈련을 해왔다. 오른 발등으로 축구공 중앙의 약간 밑부분을 정확히 밀어 차는 감각을 익혀 이제는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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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학교에서 축구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 강원도 춘천에서 축구선수 출신의 부친 손웅정(54)씨의 지도를 받으며 하루에 슈팅 1000개씩 때리는 훈련을 했다. 청소년 시절부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호날두의 플레이 영상을 담아 수천 번을 봤다. 만날 수 없는 스승과 그렇게 교감하며 무회전 프리킥이라는 무기를 만들었다.

김형범은 “손흥민의 재능은 무척 뛰어나다. 감아차기를 한다면 10개 중 8~9개를 원하는 대로 찰 수 있다. 그러나 무회전 프리킥을 하면 10개 중 골대로 향하는 건 5개 미만일 것”이라며 “긴박한 순간에 무회전 프리킥을 시도하는 건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다. 골문을 크게 벗어나는 ‘홈런슛’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흥민은 중요한 순간일수록 대범하게 차더라”며 놀라워했다.

호날두가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사용하는 등번호는 7번이다. 손흥민도 이번 올림픽에서 똑같이 7번을 달고 나온다. 호날두 같은 스트라이커가 되는 것, 호날두처럼 멋진 골을 터뜨리는 게 손흥민의 꿈이다. 무회전 프리킥은 손흥민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비밀무기다.

출생 1992년 7월 8일(강원도 춘천)

신체조건 1m83㎝, 76㎏(AB형)

가족 손웅정·길은자씨의 2남 중 차남

취미 독서, 게임 좋아하는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좋아하는 음악 힙합 좋아하는 음식 한식

이력 동북고, 함부르크 (2008~2013)-바이어 레버쿠젠(2013~2015)-토트넘(2015~), A매치 48경기 16골

별명 손세이셔널(Son+sensational), 손샤인(Son +shine), 우리흥( 호날두 별명 ‘우리형’에서 빗댄 것)

응원가 비틀스 ‘Here comes the son’

SNS 페이스북 좋아요 63만 , 인스타그램 팔로어 11만 명

시장가치 약 315억원(105위 ) 연봉 약 58억원(추정)

리우=박린 기자, 사우바도르=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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