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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마지막 왕비 앤의 순애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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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마지막 왕비 앤 왕비가 1일(현지시간) 스위스 모르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92세의 나이다.

강제폐위된 미하이국왕 곁에서 평생 망명생활 함께 해

앤 왕비는 네 명의 공주 등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루마니아왕가는 밝혔다.

부르봉-파르마 공작 가문 출신인 앤 공주는 1947년 11월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결혼식에서 영국 왕실의 친척인 미하이 루마니아 국왕을 만나 사랑을 키웠다. 그녀의 나일 스물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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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왕비와 루마니아 왕비 공식 문장. [사진 위키피디아]

미하이국왕은 한 달여 뒤 공산정권에 의해 강제 폐위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 살이었다. 1927년 여섯 살의 어린 나이로 국왕에 올랐다가 아홉 살에 폐위당하고, 다시 열여덟 살에 왕위에 올랐다가 다시 강제 퇴위 당하게 된 것이다.

이런 격랑에도 불구하고 앤과 미하이의 사랑은 더 뜨거워졌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엔 종교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프랑스ㆍ덴마크계인 앤은 가톨릭 가문인 반면, 루마니아왕가는 정교회에 속해 있었다. 앤이 미하이와 결혼하려면 로마 교황의 특별승인이 필요했다. 당시 교황 피우스 12세는 두 사람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1948년 왕위를 내려놓고 스위스로 망명한 미하이국왕과 앤 공주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정교회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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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의 마지막 국왕 미하이1세와 앤 왕비. [사진 위키피디아]

두 사람이 가톨릭교회에서 정식으로 혼인 승인을 받은 건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1966년에 모로코에서 가톨릭 결혼식을 올린 뒤였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망명과 수모의 연속이었다. 일정한 거처를 찾지 못해 이탈리아와 스위스, 영국 등으로 옮겨 망명생활을 이어갔다. 루마니아 공산 정부는 미하이국왕의 시민권을 박탈해 그의 귀국을 영구 봉쇄해버렸다. 대중적 지지가 정권에 위협적이라고 여겨서다. 미하이국왕 부부의 시민권이 회복된 것은 1997년 에밀 콘스탄티네스쿠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였다. 그러나 앤 왕비가 죽기 직전까지 스위스에 거주하며 루마니아를 오갔다.

앤 왕비는 미하이국왕에게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미하이국왕과 공주 5명이 있다.

루마니아왕가는 13일 쿠르테아 데 아르제슈에서 앤 왕비의 장례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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