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음주운전 경찰청장' 검증 제대로 한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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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23년 전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그가 경찰 간부 지위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진경준 검사장 사건으로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찰청장 인사 검증이 부실하게 이뤄졌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내정자는 강원경찰청에 근무하던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 벌금 1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그는 휴무일 점심시간에 직원들과 술을 마신 뒤 개인 차량을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한다. 그는 또 2005년 부인 명의로 강원도 횡성군의 대지를 매입해 2층짜리 건물을 신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내정자 가족이 이곳에 주민등록을 둔 적이 없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내정자가 정선경찰서장 재직 중 얻은 개발 정보로 부동산을 샀다는 것이다.

이 내정자는 “23년 전의 일이지만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을 한 데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부적절한 처신에 거듭 사죄드린다”고 했다. 부동산 의혹의 경우 추후 청문회에서 사실 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 경찰청장 자격을 문제 삼을 수 있는 사안이다. 음주운전 단속을 하는 경찰의 총수가 음주운전 사고로 벌금형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82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89년 간부후보생 시험을 거쳐 경찰 간부의 길을 걸어온 이 내정자가 음주운전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 몰랐을 리 없지 않은가.

이 내정자 논란을 계기로 고위직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진 검사장 인사 검증 실패에 처가 부동산 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우 수석이 이 내정자를 제대로 검증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중이던 지난달 28일 경찰청장 내정 발표를 하면서 당분간 우 수석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부실 검증 논란을 대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