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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첨단기술 연구대학" 포항공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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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북 포항시 효곡동. 건물의 기초인 파일을 박는 굉음이 37만평 학교부지에 울린다.
87년3월 개교를 앞둔 포항공과대학(Pohang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이 태동하는 소리다.
『우리의 목표는 한마디로 한국최고의「연구중심 공과대학」을 마드는 것입니다.』
초대학장 김호길박사(53·원자핵물리)는 앞으로 나올 연구노문의 질과 양이 모든 설명을 대신 해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대학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작게는 포항제철의 두뇌집단으로, 크게는 한국의 첨단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대학을 지향하는 포항공대는 강철이 우리산업의 기둥이 된 것에 이어「머리」로 세계와 어깨를 겨루겠다는 꿈을 갖고있다.

<대학설립 기본계획>
멀리 동해바다와 포항제철을 내려다보는 현 부지에 포항공대가 첫 삽을 뜬것은 85년8월17일.
87년 개교때의 1단계 개설학과는 8개학과에 모집인원 2백40명이다. 금속·재료·화공·기계·전기·전자·계측제어·전자계산학과 등에 각 30명씩을 뽑는다.
2단계로는 물리·화학·수학과를 개설한다.
3단계에는 생명공학 관련학과 등 4개학과를 신설, 총15개학과에 박사과정 포함, 2천명의 학생을 확보할 계획이다.
모든 학과에는 학부 외에 대학원 과정을 두어 석사과정 8백명, 박사과정 1백50명으로 명실상부한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한다는게 대학설립위원회의 구상이다.
1단계 건설에는 4백36억원을 들여 기본연구동·도서관·기숙사 등 9개동(건평 1만9천80평)이 금년말까지 완공된다. 2단계까지는 건물·시설 등에 9백80여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포항공대는 포철의 R&D(연구개발)투자의 일환입니다. 단일제철소로 생산량 세계1위인 포철은 지난해 6백3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이같은 이익규모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함께 경영의 다각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읍니다.』
이대공이사(46·대학건설본부장)는 대학에의 투자는 21세기에 포철이 그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미 미국의 U·S스틸이나 서독의 티센제철소는 철강분야의 매출이 30% 미만으로 낮아졌고 그대신 석유·석탄·신소재 등으로 업종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포철도 신소재 등 새로운 기술개발에 대비하지 않으면 21세기에는 오늘과 같은 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이본부장은 역설한다.
이와관련, 포항공대에는 연구원3백명 규모의 기술연구소가 학부와 쌍벽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이 연구소는 현재 포철에 설치된 기술연구소의 일부가 87년 개교와 함께 이전해 연구활동을 띠게된다.

<교수진 및 시설>
포항공대는 교수진의 70%를 해외 우수두뇌를 유치해 채우게된다.
지난 1월11일에도 박태준 포철회장과 김박사가 미국에서 활동중인 유명교수를 초빙하기 위해 현지에서 이들과 접촉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
이 자리에서 박회장은『포항공대에 지속적 투자와 지원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일체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계 수준의 연구시설을 갖춘다는 매력이 중진교수들의 귀국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것.
현재 초빙에 원칙적 합의를 본 중진교수는 변종화(56·화학·로웰대교수), 이자현(61·플래즈마물리·밴더필트대교수), 권경환(57·미시간대수학과·주임교수), 이정묵(51·유체역학·해군연구소), 이창희(51·금속·스델코연구원), 장수영(46·통신·조지메이슨대 강사), 이전영(32·컴퓨터·프랑스콩피뉴대연구원)씨 등 10여명에 이른다. 일부 교수진은 국내에서 초빙할 계획.
금년말까지 확보될 교수진은 모두46명으로 교수 대 학생수가 1대5(국내대학평균 1대40)라는 국내 최고수준이 된다.
학교측은 학생이 늘어도 교수학생비율이 1대7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한편 학교측이 구입할 실험기자재로는 20억원 규모의 1천만배 환대 전자현미경 및 이온현미경(10억원), 국내 대학가운데 최고수준인 컴퓨터시스팀(6억원) 등이 있다.
특히 89년부터는 2백억원 규모의 입자가속기 건설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가속기의 직경은 약30m로 5년간에 걸쳐 건설되다.
입자가속기의 설치는 우리나라기초과학연구에 하나의 기폭제로 작용, 진공 고주파 컴퓨터기술의 비약을 이룩할 것으로 보고있다.
김박사는 고가장비 설치에 대해『국제경쟁력 있는 연구개발을 하려면 첨단 연구장비를 구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며『모든 장비는 국내 학계 및 연구기관에 개방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학사운영의 특징>
포항공대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느냐는 점이다.
대학측의 확정된 방안은 아직 없으나 지원자수에 관계없이 학력고사성적이 일정수준 이상인 학생만 입학시킬 생각이다.
그대신 학생들에게 최대의 장학혜택 및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겠다는 것.
학생의 80%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특히 등록금수입의 70%는 장학금으로 환원키로 확정했다. 장학금은 성적이 우수하면서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 집중 지원키로 했다. 입학생 전원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50%의 기숙사비가 감면된다.
또한 이론과 현장을 함께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키 위해 학부학생을 연구소의 연구보조원으로 채용하는 한편 6개월의 현장교육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졸업생 전원에게는 취업을 보장하고 우수 졸업생에게는 박사학위취득까지 수학을 지원한다는 것.
한편 대학원중심의 대학으로 학생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미국의 칼테크·버클리대, 영국의 버밍검대, 독일의 아헨공대 등과 교수 및 대학원생을 상호 교류하기로 합의했다.
김박사는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이 연구형 대학으로 인근의 실리콘밸리에 기술과 두뇌를 제공, 기업의 번영과 함께 자신도 명문대학으로 발전했음을 지적했다.
포항공대의 산업을 중심으로한 연구와 학문을 연계시켜 인재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은 국내의 첫 모델이 된다. 여기에 성공하면 과학 기술뿐 아니라 학문제도에서 새장을 여는 셈이 된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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