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대응 '우위안춘 사건' "국가가 피해 배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2년 수원에서 길 가던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우위안춘(오원춘)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국가가 위자료와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유족이 국가 상대로 낸 손배소송 원심 파기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27일 우위안춘 사건 피해자 A씨의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유족들은 "A씨가 우위안춘에게 납치된 뒤 경찰에 신고해 위치를 알렸는데도 초동수사가 미흡해 생명을 잃게 됐다"며 3억61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며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사망한 직접 원인이 우위안춘의 범행이란 점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1억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찰 초동수사 미흡해 피해자 희생…국가 배상 책임 인정

그러나 2심에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이 정보가 제대로 전달됐더라도 피해자가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위자료 2130만원만 인정했다. "생존해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더라도 범인의 난폭성과 잔인성을 고려하면 생존 상태에서 구출할 수 있었을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편 우위안춘은 2012년 4월 1일 밤 10시30분쯤 경기도 수원시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A씨(당시 28세)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유기한 혐의고 구속기소돼 무기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당시 납치된 A씨가 범인이 한눈을 판 틈을 타 112에 구조 요청을 했지만 경찰이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뒤늦게 밝혀져 112 시스템의 문제점을 노출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