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비자금 의혹’ 中 러키파이 지난해 일부 매각…나머지 2곳도 매각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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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지난 2009년 인수한 러키파이 홈쇼핑의 스튜디오 사진. LHSC의 주주사인 이토추 상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이다. [사진 이토추상사]

롯데그룹이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 직후인 지난해 9월 중국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의 충칭(重慶) 지역 홈쇼핑 영업권을 중국 2위 홈쇼핑업체인 후이마이(Huimai)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키파이는 롯데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1200억원이나 계상해 인수하고, 또 대표 계열사인 롯데쇼핑을 통해 440억원이나 지급보증을 해줘 비자금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해외 계열사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009년 1900억원을 들여 러키파이를 인수했다. 롯데쇼핑이 16.02%, 롯데쇼핑홀딩스가 51.1%, 롯데홈쇼핑이 24.03% 등을 출자해 조세회피처인 케이먼군도에 ‘롯데홈쇼핑코(LHSC Limited)’를 설립한 뒤, LHSC가 러키파이 지분 100%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일본 이토추 상사가 LHSC의 8.87% 주주로 참여했다.

중국은 외국계 기업이 단독으로 홈쇼핑을 운영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러키파이 역시 현지 방송사업자들과 합작 방식으로 진행됐다. 충칭은 러키파이가 49%, 충칭방송국의 자회사인 CQ 촨메이가 51%를 출자한 ‘충칭 위지아’ 법인이 운영됐다. 산둥(山東) 지역에서는 러키파이 49%, SD 롱스(산둥방송국 자회사) 51% 구성의 ‘SD 러키파이’가 운영됐다. 윈난(雲南) 지역에서는 러키파이 49%, YN TV(윈난방송국) 51% 소유의 ‘윈난 마일러’가 있다. 그 외에도 러키파이에는 정보기술(IT) 자회사, 콜센터 자회사 등 스태프 부서 역할을 하는 자회사가 10여개 있었다.

이 중에서 지난해 9월 롯데가 매각을 한 것은 바로 충칭 위지아가 운영하던 충칭 지역 홈쇼핑 방송 영업권이다. 2009년 12월 개국 이후 충칭 위지아는 지속적인 사업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홈쇼핑 측은 “중국의 경기침체와 현지화 실패가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계약상 비밀유지 조건이 있어 상세한 조건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후이마이는 영업권을 넘겨받는 대신 러키파이에 새 충칭홈쇼핑 법인 ‘스샹 여우핀(Shishang Youpin)’의 지분 약 32.7%를 줬다. 러키파이ㆍ후이마이ㆍCQ 촨메이가 약 3분의1씩 지분을 나눠갖고, 후이마이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법인인 충칭 위지아는 아직 소멸되지는 않았으나, 추후 청산 방식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롯데는 러키파이 산하에 있는 자회사들도 모두 정리한 상태다. 2009년 인수 당시 계획됐던 허난(河南)과 헤이룽장(黑龍江) 지역 홈쇼핑 진출은 사업권을 얻지 못해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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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키파이의 대주주인 롯데쇼핑은 올해 3월 발표한 실적 공시에서 LHSC에 대해 1643억원을 손실로 처리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사실상 사업권이 없어서 잔존가치를 0원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두 곳의 홈쇼핑에 대해서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홈쇼핑 해외사업부문의 전망이 엇갈린다. 롯데홈쇼핑 측은 “산둥과 윈난 홈쇼핑은 자생력이 있어 충분히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그룹에서는 나머지 두 곳의 홈쇼핑사도 처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러키파이의 실질적 대주주는 롯데쇼핑이지만, 운영은 롯데홈쇼핑에서 해왔다. 롯데쇼핑홀딩스 지분의 100%, 롯데홈쇼핑의 53.03%를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이나 사업권 매각 등 굵직한 이슈는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진행해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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