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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난입해 “다에시” 외쳐…라파랭 “종교전쟁 촉발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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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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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프랑스 북부의 한 성당에 두 명의 괴한이 침입해 신부가 숨지고 1명이 다쳤다.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에 싣고 있다. [루앙 AP=뉴시스]

대표적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제가 미사 집전 중 살해됐다. 목에 긴 자상(刺傷)을 입은 채로다. 이슬람국가(IS) 추종자에 의해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서구 문명의 한 축인 기독교를 공격한 모양새다. 프랑스 우파에선 당장 “종교 전쟁을 촉발할 것”(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이란 얘기가 나왔다.

IS 괴한 2명 신자 등 붙잡고 인질극
범인 1명 시리아 가려다 전자발찌
올랑드 “IS의 비열한 공격” 비난
프란치스코 교황 “고통과 공포”

24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북부 센 마리팀도(道) 루앙 인근인 셍테티엔 뒤 루브레의 한 성당에 괴한 두 명이 흉기를 들고 들어가 5명을 인질로 잡았다. 주임 신부인 자크 하멜(84)과 수녀 2명, 신도 2명이었다. 사건 당시 성당에선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엔 괴한들이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둘은 곧바로 사살됐다. 성당 안에서 사제는 살해됐고 다른 한 명은 크게 다친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은 “사제의 목에 긴 자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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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내무부 대변인인 피에르-앙리 브랑데는 사건 직후 “범행 동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곧 IS 추종자에 의한 소행이란 정황 증거가 쏟아졌다. 한 목격자는 “범인들이 사살되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아랍어)’를 외쳤다”고 말했다. “다에시(IS의 아랍어 명칭)”란 소리를 들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프랑스 현지 방송은 “인질범 중 한 명은 이슬람교도의 옷차림이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곳이 지난해 교회를 공격하려다 체포됐던 IS 추종자의 공격 대상 리스트에 올랐던 곳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직후 트위터에서 “야만적 공격을 혐오한다. 모든 프랑스인과 가톨릭 신자가 상처를 받았다. 우린 함께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네 시간 만에 테러 현장을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성당 인질극이 IS에 의한 테러라고 발표했다. 그는 “다에시를 자처하는 두 테러리스트에 의한 비열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IS 연계 매체인 아마크 통신도 “프랑스 성당에서 IS 전사 두 명이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IS는 종교시설을 테러 대상으로 거명하곤 했다. 실제 중동 등에선 공격한 적도 있으나 서구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미사 중에 사제가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서구 사회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변인을 통해 “신의 사랑이 머무는 성소(聖所)인 교회에서 신앙을 행하는 사제가 야만적인 방식으로 살해됐다는데 특히나 경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며 “모든 형태의 적의에 대해 강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루앙의 대주교 도미니크 르브룬은 “가톨릭 교회는 기도와 인류애에 대한 호소 외엔 무기를 들지 못한다”며 “신께 인류에게 선의를 달라고 간곡히 외친다. 비교도들도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신부의 피살에 대해 “마을에선 보배 같은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그 동안 테러는 파리·브뤼셀 같은 곳에서 벌어지곤 했다. 주목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17일 주민 4만 명의 독일 안스바흐에 이어 2만 8000여 명의 셍테티엔 뒤 루브레까지 공격 받았다. 유럽인들은 어디든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진정한 공포가 지배하는 것이다.

더욱이 프랑스는 지난해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파리 테러를 겪었다. 최근 니스 트럭 테러도 있었다. 지난해엔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니스 테러 직후엔 국가 지도자들이 야유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테러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압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인질범 중 한 명이 시리아를 가려다 터키 국경에서 돌아왔고 감옥에 가는 대신 올 3월부터 전자발찌를 착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당국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거센 논쟁이 일 수도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독일 베를린 남서부 슈테글리츠의 벤자민 프랭클린 대학병원에서 한 의사가 환자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괴한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국은 “테러 용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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