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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으로 꾸민 아트터널…창의적 시민이 대구를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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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 중앙고교 옆 범어천. 하천 정비사업이 마무리되면서 시궁창이 산뜻한 도심하천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천 양쪽에 돌 축대가 설치됐고 바닥 옆으로 싱그러운 풀들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하천변은 썰렁하기만 하다. 이곳에서 성장기를 보낸 정호승 시인의 작품 ‘수선화에게’를 새긴 시비만 덩그렇게 서 있다.

5월 한 달 주민제안 1763건 접수
건설교통분야 등 360건 선정
사업비 145억원 들여 내년 추진

이곳 옆에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다. ‘아트터널’이다. 못쓰는 자전거 휠 등 재활용품으로 꾸민 폭 3m, 길이 90m의 터널을 만든 뒤 정 시인의 작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산책객들이 터널을 지나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주민 장미애(52)씨의 아이디어다. 장씨는 “아트터널을 만들면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년 중 5000만원을 들여 아트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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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 360건이 내년도 대구시의 사업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전체 사업비는 145억여원이다. 건설교통분야가 160건으로 가장 많고 환경수자원(71건), 안전행정 분야(42건) 순이다. 대구시는 지난 22일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운영위원회를 열고 ‘2016년 주민제안사업’을 심의했다. 이는 다음달 19일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에서 확정된다. 일부 사업의 경우 조정 가능성이 있지만 큰 변동을 없을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지난해엔 173건(73억원)이 채택됐다.

선정된 사업에는 ‘선사암각화 거리 조성’도 있다. 달서구 진천동의 간선도로에서 선사유적공원(사적 411호)에 이르는 200여m에 전국의 다양한 암각화를 그리자는 것이다. 담장이나 아파트 벽 등에 암각화를 그리면 선사유적공원의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구의 강북노인복지회관 앞에 노인들이 합창·연주 등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사업도 포함됐다.

시가 지난 5월 한 달간 접수한 주민제안은 1763건으로 지난해 821건보다 2.1배 늘었다. 제안 사업비 총액은 973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358억원보다 2.7배 증가했다. 이는 대구시가 구청 소식지와 도심 전광판 등에 주민제안 사업을 알리는 등 홍보를 강화해서다. 이를 본 시민들이 주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참여했다. 아파트 옆 숲 속 산책로 개설 아이디어가 선정된 서상률(59·수성구 범물동)씨는 “고령자를 위한 운동 공간을 확보하면서 쓰레기 투기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문제점도 있다. 길거리 조명등 교체, 소공원 조성, 도로 포장 등 단순한 지역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김인환 대구시 예산총괄팀장은 “제안 참여자가 늘어나면 좋은 아이디어도 많아질 것”이라며 “채택된 사업 현장에 제안자의 이름을 표시하는 등 더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제안사업은 지방재정법 규정에 따라 시민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다. 대구시는 지난해 이를 도입했으며 올해 2회째다. 시가 집행하는 사업은 건당 최고 3억원까지다. 5000만원 이하 사업은 구·군에서 맡는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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