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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산업의 육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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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상공부의 올해 주요업무 계획은 무역수지 9억 달러 흑자를 골격으로 과감한 산업 합리화와 설비투자 지원, 중소기업의 창업지원과 중견 수출업체의 육성, 자본재의 국산화와 소재 산업개발 등이 망라되어 있다.
대외통상과 국내 산업정책에 관련된 이 같은 다양한 업무계획이 큰 차질 없이 이루어진다면 사상초유의 9억 달러 무역흑자가 전혀 불가능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올해는 특히 세계무역 환경이 달러화 약세, 엔화강세라는 큰 고비에 접어들어 있고 미국을 포함한 보호주의의 파고가 여전히 거세게 일고 있음에 비추어 여느 해와 같은 보수적·기계적인 통상·산업정책으로는 대응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국내적으로 보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실산업의 누적된 부담을 등에 지고서는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조류에 적응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산업전반에 걸쳐 부실과 과부하는 과감히 털어 버리고 새로운 선도산업과 기술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서 조만간 탈락되고 말 것이다.
이점에서 볼 때 우리는 정부가 내세운 기계·소재·부품산업의 적극적인 육성과 수입대체계획을 특히 주목하고자 한다. 국내 산업개발정책이 지금까지 소비재로부터 시작하여 완성재의 수입대체와 가공 무역형으로 발전되어 온 것은 널리 알려진대로다. 이 같은 개발정책은 초기단계의 공업화와 국제수지에는 기여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산업기반의 약화와 국제수지의 부담으로 바뀌었다.
수출이 늘면 늘수록 자본재와 소재·부품수입이 함께 늘어나 기술개발과 국제수지개선에 장애가 되고있다. 특히 가공무역구조에서는 최대의 약점이 다름 아닌 부품산업의 낙후와 해외의존이다. 이 약점을 극복하지 않는 한 아무리 국제여건이 개선되고 수출이 늘어나도 실속 없고 기술축적도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대일무역에서 기록적인 불균형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뒤늦게나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부품 산업육성책을 마련한 점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당연히 앞으로의 산업개발 방향은 부품산업의 육성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자동차·전자·기계류 등의 세계적인 부품공급기지로 만드는데는 다양한 정책노력과 산업조정이 필요하다.
정부계획은 현재 25억 달러인 이들 부품산업 수출을 오는 90년대 초까지 1백억 달러로 키우기 위해 올해 안에 부품개발 종합 지원단을 구성할 것이라 한다.
우리는 이 같은 정부측 노력이 빠른 시일 안에 구체화되고 민간과의 보조가 맞아 떨어져 새로운 부품산업진흥의 큰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는바 크다.
자본재나 소재산업개발이 고도기술과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대신 부품산업개발은 비교적 접근 이용이하고 기술축적도 쉬운 편이어서 앞으로의 전략산업화에 매우 적합한 부문이다. 선진 기술도입과 합작을 과감히 촉진하고 국내적으로도 창업과 육성에 관련된 제반 지원책을 구비한다면 국내 산업구조 개혁은 물론 당면과제인 고용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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