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테러와 광기 뒤섞인 뮌헨 총기 난사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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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과시하거나 실현할 목적으로 폭력을 사용해 다중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는 행위’가 테러의 사전적 정의다.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인 알카에다나 시리아와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각지에서 저지르고 있는 무차별 살상 행위가 전형적인 테러다. 지난 주말 독일 뮌헨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은 이 점에서 전통적인 테러와는 구별된다.

뮌헨 도심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을 숨지게 하고, 20여 명을 다치게 한 이 사건은 우울증 병력을 지닌 18세 이란계 독일인 학생의 단독범행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5년 전 노르웨이를 충격에 빠뜨렸던 신(新)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대량 총기 학살 사건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런 유의 사이코패스형 범죄는 테러와 유사한 형태를 띠면서도 범행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예방과 단속은 테러보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테러를 모방한 개인의 광란적 일탈 범죄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 전통적 테러와 개인의 광기가 뒤섞이면서 안전지대 없는 세상이 됐다.

지난 14일 프랑스 남부의 해변도시 니스에서 일어난 트럭 테러도 IS와는 무관한 사건으로 드러났다. 튀니지계 프랑스인의 소행이란 점에서 종교적, 인종적 배경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배후가 있는 조직적인 테러는 아니었다. 지난 18일 독일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아프가니스탄계 17세 난민 소년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을 부상케 한 사건도 일반적 의미의 테러와는 거리가 있다.

최근 유럽에서 일어난 일련의 테러 사건은 개인의 정신적 일탈이 다중을 향한 극단적 폭력으로 표출됐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정과 학교, 조직에서 소외된 젊은이들의 좌절과 분노가 개인적 광기와 결합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경제적 격차에 대한 젊은이들의 좌절감을 보듬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분노 조절 장애로 생기는 ‘묻지마 폭력’ 사건이 그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