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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투수가 승부조작 연루,왜?…농구는 감독, 축구는 골키퍼가 포섭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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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9일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한화 이글스 전에서 당시 한화 유창식이 4회초 수비때 3: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되고 있다. [중앙포토]

NC 투수 이태양에 이어 KIA 좌완 투수 유창식까지 승부 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이 '투수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유독 투수만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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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불릴 정도로 프로야구에서 투수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프로야구 불법 도박의 베팅 방식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합법 베팅 사이트의 베팅 방식으로는 승부 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기 자체의 승패나 득점으로 승부를 조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기 전체를 조작할 경우 발각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는 선발 투수의 1회 볼넷 여부 등을 놓고 베팅을 한다. 브로커가 ‘첫 볼넷 맞히기’와 같은 요소로 도박을 벌이는 것이다.

승부와 결정적인 관련이 없으면서 발각될 위험성도 낮기 때문에 투수들이 '잘못된 생각'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또 출전 경기와 시간이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주전 선발투수가 불법 도박사들의 포섭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태양 선수는 이런 방식의 불법 도박을 시도했다가 꼬리를 밟혔다.

다른 프로 스포츠는 어떨까. 프로농구의 경우 승부 조작의 포섭 대상은 ‘감독’이다. 특히 플레이오프 진출 탈락이 확정된 팀이 주로 마수에 걸려 든다.

다음 시즌을 위해 후보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 감독으로선 평소와는 다른 경기 운영을 해도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스포츠 업계의 분석이다.

프로축구에서 승부 조작의 주요 포섭 대상은 골키퍼다. 골키퍼의 실수는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다, 일부러 점프를 늦게 하거나 프리킥을 펀칭하지 않더라도 의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전 혼전 중에는 골피커가 상대가 아닌 자기 편 선수와 몸싸움을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프로배구의 승부 조작은 타 종목에 비해 쉬운 편이다. 작은 실책으로 브로커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고, 그 실책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처럼 어느 스포츠에나 승부조작이 가능한 '약한 고리'가 존재한다. 승부 조작을 막기 위한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보다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곽재민ㆍ백수진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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