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회당, 마르크스·레닌주의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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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일 사회당은 22일 상오 전국 정기전당대회를 열고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바탕을 둔 현 강령을 유럽형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전환시킨 신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사회당은 또 「다나베」 서기장 등 간부들을 전원 재 선출, 「이시바시」 위원장 「다나베」 서기장의 2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신사회당의 기치를 내걸고 재출발을 다짐한 사회당은 신선언에서 『동유럽 국가는 중앙집권 계획 경제와 당과 국가의 일체화로 경제적으로 성장 둔화를 가져왔으며 정치·사회적으로도 민주주의 발전을 억압해 왔다』고 지적, 당일 의 성격을 「국민의 당」으로 규정하고 지금까지의 「계급적 대중 정당」에서 국민에 뿌리를 둔 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 선언은 또 사회당이 앞으로 현 집권 여당인 자민당 정권을 쟁취할 정당으로서 능력과 결의를 다지고 자민당과의 연합 정권 구상도 명확히 했다.
사회당은 작년 12월에 정기 대회를 열어 신선언을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반대파의 압력으로 이의 채택이 불가능해지자 이번에 다시 속개 대회를 열었다.

<해설>현실 중시·정권 지향 정치 펼 듯|대한 정책도 상당한 변화 예상|일 사회당 진로 전환의 뜻
【동경=최철주 특파원】전후 40년 동안 일 사회당이 추구해 왔던 마르크스주의적 사회주의 혁명 노선은 22일에 채택된 신선언에 의해 사실상 청산되었다.
그 동안 좌우 대립과 끊임없는 논쟁으로 이데올로기 과잉 현상을 보여 왔던 사회당은 「현실에 적응」하는 역사적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신선언은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해 『일 사회당이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본질이 다르며 그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추상적인 개념의 계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현실에 생활하는 국민에 의거해서 개혁을 진척시킨다』고 밝혀 마르크스주의에서의 이탈을 분명히 했다.
사회당의 우경적 동향이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일본의 제1야당이며 지금까지의 「계급적 대중정당」에서 탈피, 「국민의 당」으로 현실 중시의 정치 및 정권 지향의 정치를 펴 나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의 지지 기반은 노조다. 중의원 의원 1백11명 가운데 노조 출신은 69명(전체의 62%)이며 참의원 의원 42명중 28명(67%)이 역시 노조에서 나왔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데올로기 투쟁으로 노조 안에서까지 지지 기반을 잃고 있으며 당원수도 자민당의 3백65만명에 비해 겨우 6만8천 여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당의 최대 지원 노조인 총평은 『사회당도 이제 변신이 불가피하다. 꼭 신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당의 개혁이 불가피했다. 작년 12월에 열린 제50차 정기 대회에서는 중간 및 좌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파들에 밀려 신선언 채택이 위기에 몰렸었으나 22일에 열린 속개 대회에서는 만장 일치로 이를 받아들였다. 사회당의 신선언은 마르크스주의와의 결별과 함께 정권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자민당 등과도 연합 정권 구상을 밝혔다.
사회당의 신집행 간부로는 「이시바시」의원장을 비롯, 「도이」, 「다나베」서기장 등 주요 포스트가 유임되었으나 새 부위원장으로 「무또」의원이 선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무또」부위원장은 한국을 인정하고 한국과 교류해야 한다는 현실 정책으로의 전환을 주장해 온 인물로 그의 등장이 사회당의 대한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그의 활발한 정치 활동으로 미루어 사회당에서는 「다나베」서기장 이의에 또 한사람의 서기장이 생긴 셈』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신선언 채택으로 사회당은 정책과 조직 등 각 방면에서 손질을 해야 한다. 신선언 후 최초로 맞게 되는 올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다면 또 한차례 노선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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