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여름날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기사 이미지

<결승 3번기 1국> ●·커제 9단 ○·스웨 9단

3보(30~41)=삼성화재배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던 탕웨이싱(2013년 우승, 2014년 준우승, 2015년 4강)을 힘겹게 뿌리치고 결승에 오른 스웨는 인터뷰에서 커제와 가질 결승전 승산에 대해 특유의 겸손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30% 쯤이나 될까요? (중국 랭킹 1위를) 되찾고 싶은데 요즘 커제의 기세가 대단해서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좌변 백 세력이 여름날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오른다. 33은 흑 일단의 틀을 갖추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인데 박영훈 9단은 “35는 그냥 A로 늘어두는 게 좋았다”고 한다. 프로들은 상대의 세력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다. 37, 39는 백 세력을 견제하면서 내 집 만들기. 당연히, 우상귀를 굳힌 흑의 형태와 호응하는 거리를 가늠한 행마다.

좌변 구름바다는 자꾸 넓어진다. 40까지, 뭉게뭉게 부풀어 오르자 41로 깊숙이 뛰어든다. 견제나 삭감이 아닌 침투. 목적은 뚜렷하다. 게릴라전을 펼쳐서라도 안에서 생존하겠다는 것인데 백의 응수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백B로 붙여 직접 공격하는 것. 압도적 우위의 힘으로 강력하게 몰아붙이는 싸움을 좋아하는 스웨의 취향. 또 하나는 ‘참고도’ 백1 이하 11까지, 안에서 흑을 살려주고 좌변을 확실하게 굳히는 그림인데, 국면을 잘게 쪼갠 뒤 종반의 섬세한 끝내기로 승부를 결정하는 박영훈 스타일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