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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계 새바람…「동인시대」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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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작가들의 동인시대가 도래했다. 과거만해도 동인활동은 시분야에 국한되었지만 80년대들어 소설쪽에서도 활발하게 모임을 갖고있어 지금은 소설문단이 새로운 주류를 이루고 있다. 79년 「작단」동인의 출발을 기폭제로 하여 「작가」 「작법」 「창작」 동인이 구성됐고 85년10월에 「소설 80년대 그룹」이, 한달뒤인 11월에는 「소설시대」 동인이 각각 발족됐다. ○
현재 동인활동에 가담하고있는 소설가는 6개 동인에서만 무려 60여명에 이른다.이 숫자는 지속적인 창작작업을 벌이는 소설가가 1백명이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절반이상이 여기에 속한다(1백명 이내라는 인원은 1년에 단편 2편이상을 발표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5개문예지 주간및 편집장이 산정한 숫자) .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군에 대해 소설문학 한분순편집장은 50여명을, 문학사상 정종명편집장은 70여명을, 문예중앙 정규웅편집장은 1백명 내외를, 한국문학 조정래주간은 50여명을, 현대문학의 감태준편집장은 1백명을 꼽았다.
「작가」 동인이자 문학사상 편집장이기도한 정종명씨는 『동인활동하는 작가들은 데뷔 1∼2년이내의 일부 신인을 제외한다면 거의가 문단의 주류를 이룬다』 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에 신문학이 들어온 이래로 70년대 종반까지 소설가로 구성된 동인이 전혀 없었던 점을 돌이켜 본다면 이같은 변화는 우리 작단에 획기적인 일이다』 라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구성된 「소설시대」 동인 임동헌씨는 『우리들의 모임은 시대적 필연성 때문이다』 라며 『주제나 소재면에서 안일해진 상황에서 훌륭한 작품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밀실에서의 자기성찰뿐아니고 열려진 사회의 정치·사회및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작법」 동인 유재주씨는『복잡한 현대생활속에서 소재는 다양해졌지만 가장 천착해야할 절박한 소재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며 『작가의식의 재무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데 이 의식은 특히 신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같은 동인그룹이 형성되는것 같다』 고 말한다.
▲「소설시대」 동인은 20대후반에서 3O대초반이라는 비슷한 연령층과 데뷔 5년이내의 신진그룹이다.동인들은 문형렬 황영옥 이승우 임동헌 정길연 김제철 유정룡 신광식등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신춘문예 출신이 4명, 문예지 신인상 출신이 5명이다.
이들은 다른 동인과 달리 동인지를 당분간 발간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며,어떤 추세와 경향도 거부할것을 내세웠다. 또 주변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회현상에 대해 애정과 관심을 나누며 함께 토론할 것등도 지난해 11월 첫모임에서 결의했다.
▲85년10월 첫창작집 『소설·1980년대』 를 내면서 탄생된 「소설 80년대그룹」 은 조승기 현길언 윤정모 이린 유만상 정동수 노명석 양선규등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문단활동이 대부분 6년이내의 신진이긴 하나 연령층이 30대초반인 양선규씨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소설시대」 동인보다 10년정도 연상인 4O대 내외인 것이 특징이다.
▲84년8월 첫동인지 『태어난 새는 날아야 한다』 와 함께 발족한 「창작」 동인은 강승원 김홍운 최병탁 홍성암 강인수 곽의진 고영엽등 모두 1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월간문학 신인상 출신으로 80년대에 데뷔한 신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이들의 연령은 비슷한 세대들이 모인 다른 동인들에 비해 30대초반에서 40대후반까지 다양하다. 「창작」동인은 85년6월에 2집 『새들은 둥지를 떠났다』를 펴냈다.
원래 동인지가 상업성을 띠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창작」 동인지는 1집이 5판 인쇄에 8천여권이, 2집이 3판 인쇄에 5천여권 (현재) 이 팔려 앞으로 닥쳐올 동인지시대까지 예고하고 있다.
▲82년12월 동인지 『알몸』을 내며 출발했던 「작법」 동인은 고원정 유재주 이연철 이유범 안용철등 5명으로 구성된 가장 최소인원의 동인. 모두 30대초반이며 신춘문예 출신2명과 문예지 신인상 출신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작법」 동인은 85년4월에 『우리는 오늘밤 잠들지 못한다』 를 펴내는등 할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작가」 동인은 80년5월부터 84년4월까지 『작가1』 『작품』 『작가3』 『그리고 작가는 신을 창조했다』 등 4권의 동인지를 내놓았다. 이문열 김원우 윤후명 서동훈 유익숙 손영목 김상렬 정종명 정소성 강석경 김인배 김채원 황충상등 13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현재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문열씨가 『영웅시대』로 85년 「중앙문화대상」 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정소성씨가『아테네가는 배』 로 동인문학상을, 윤후명씨는 단편 『섬』으로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정종명씨는 창작집『오월에서 사월까지』 를, 손영목씨는 장편 『침묵의 강』을, 유익숙씨는 창작집 『비철이야기』 를 각각 출간했다.
▲또 79년3월부터 80년5월까지 『졸밥』 『작단Ⅱ』 『작단Ⅲ』 등 3권을 내놓으며 활동했던 「작단」 동인은 현재 가장 오랜 소설동인. 김원일 전상국 유재용 김국태 이진우 현기영 김문수 한용환 김성홍 최창학 김용계 김용운등 12명으로 구성됐던 「작단」 동인은 그동안 활동이 뜸했으나 최근 전상국씨를 중심으로해서 모임을 활발하게 재개하고 있다.이들은 올가을에 동인지를 낼 예정이다.
최근 이런 추세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윤식씨는 『이렇게 많은 소설동인의 출현과 신인들의 돌출은 일찌기 우리 문단사에 없었던 일이다』 라며 『이들에 대한 것은 아직 미지수나 80년대후반 소설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고 말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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